한국원자력연구원이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캐나다에 4세대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원자력연은 현대엔지니어링과 '고온가스로 개발 및 원자력 활용 친환경 수소생산' 에 대한 포괄적 상호협력 협약(MOU)을 맺었다고 9일 발표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 체결로 4세대 원자로인 고온가스로, 연구용 원자로 기술 개발 및 수출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고온가스로는 경수나 중수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현재 범용 3세대 원자로와 달리 '헬륨'을 냉각재로 쓴다. 헬륨은 방사능 오염 위험이 없어 핵폐기물 처리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 원자로에서 발생해 터빈을 돌리는 증기(스팀) 온도가 750~950도에 달한다. 범용 원자로의 300도보다 2~3배 가량 높다. 각국이 개발중인 4세대 원자로는 6개 유형이 있으며 한국이 선택해 개발중인 것은 소듐고속냉각로(SFR)과 고온가스로 두 가지다.

고온가스로는 수소 생산 인프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수소 생산을 위해선 전기분해든 화학적 공정이든 600도 이상 고온의 환경이 요구되는데, 고온가스로가 이 환경에 적합하다는 게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현재 캐나다원자력연구소(옛 초크리버연구소)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중인 고온가스로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공업용 전기 생산 뿐 아니라 영구동토층이 많은 캐나다 북부 광산 개발 등에 고온가스로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온가스로는 상용 원전 용량(1000~1400㎿)의 100분의 1 가량인 10㎿ 규모의 소형 원전이다. 대당 건설비용은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이미 고온가스로 2기를 건설해 시운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2014년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에 연구용 원자로 부대시설인 냉중성자 연구시설을 구축한 바 있다. 국내 원자력 기술의 첫 유럽 진출 사례였다. 원자력연은 방글라데시 태국 등 동남아에 연구용 원자로 수출을 위한 기술 컨설팅을 지속해왔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이번 포괄적 업무협약이 동남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