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비 회복보다 기업 지원이 먼저다
4년에 한 번 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은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살 것인가를 궁리하느라 마지막까지 바쁜 듯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쳐 세상의 모든 일이 이 감염병 관련 이슈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정치인들이 아니다. 각자 표를 얻는 데 가장 유리한 정책을 생각해 풀어놓는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며칠 사이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커다란 위기에 처한 국민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각종 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제안하고, 결국 중앙정부도 따르기로 한 것이 긴급재난지원금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사면초가에 처했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소득 지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경제위기는 특이하게도 경제 분야에서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다. 모두 알다시피 코로나19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전염병이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감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 사람들의 접촉을 막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 적극적으로 소비하라고 지원금을 주려 한다. 그것이 긴급재난지원금이다. 마치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소비하지 못하도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하라고 돈을 주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기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감염병을 극복하는 시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 본격적으로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국면이 기다린다.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출하고 나면 나중에 경기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부문은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다 포함하는 생산 분야다. 이들은 매출이 없어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 도산하게 될 수밖에 없다. 도산한 기업은 근근이라도 살아 있는 기업과는 전혀 다르다. 경기회복 국면에서도 일단 도산한 기업은 다시 살려내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들 기업을 어떻게든 살려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나중에 경제회복 때 큰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이 현재 경제위기하에서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소비자 간 형평성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돈을 나눠줄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소비자 가운데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해고한 근로자와 장사가 안되는 자영업자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이런 소비자들에게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소비자를 지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풀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과연 어느 기업이 지원할 가치가 있는가를 구별하는 것이다. 소위 좀비기업이 슬쩍 끼어들어 지원금을 축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옥석을 가리려고 시간을 낭비하다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결과가 생긴다. 지금은 보다 공격적으로 더 많은 기업에 신속한 지원을 제공할 때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함으로써 소비를 진작해 경기회복을 꾀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