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포스트 코로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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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反中·親中으로 나뉘고
자유무역체제도 흔들려
관리무역 비중 커질 수도
국토방위엔 방역 개념 접목되고
국제경쟁의 패러다임 바뀌어
'덩치'보다 '속도'가 중요해져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자유무역체제도 흔들려
관리무역 비중 커질 수도
국토방위엔 방역 개념 접목되고
국제경쟁의 패러다임 바뀌어
'덩치'보다 '속도'가 중요해져
안세영 < 서강대 명예교수 >
![[다산 칼럼] '포스트 코로나'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07.18208630.1.jpg)
또 국방의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적군의 침입으로부터 국토를 방위하는 것이 국방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보이지 않는 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국토를 방위하는 ‘방역(防疫) 국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방역 국방군(國防軍)은 상비군이 아닌, 위기 발생 때 민·관·군의 방역 전문가가 힘을 합치는 비상시 국가동원체제가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시민의식의 놀라운 변화도 일어났다. 과거에는 법이나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일반 국민은 방관하고 국가가 개입해 통제했다. 그런데 자가격리 의무를 어긴 자에 대해 시민사회가 먼저 들고일어난 것에서 보듯이 법질서 유지에 대한 국민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당장은 세계 경제가 대혼란을 겪고 있지만 더 큰 리스크는 자유무역체제의 동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우위 원리에 의해 각국이 국제 분업을 하고 자유무역으로 필요한 물자를 조달했다. 그런데 자유무역의 선봉에 선 미국이 마스크 같은 기초 방역장비 부족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미 의회는 기초 의료·방역장비의 자국 내 생산을 의무화하는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도 이를 따를 것이고, 세계무역의 상당 부분은 관리무역(managed trade)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래너 미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서방세계가 발등의 불을 끄고 나면 초기대응 실패의 책임을 묻기 위해 ‘반중(反中)동맹(Anti-China Agenda)’을 결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를 먼저 극복한 것이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 덕분인 것처럼 ‘마스크 외교’를 펼치며 승리의 찬가(!)를 부르는 중국에 대한 서방세계의 반발이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최근의 중국처럼 허황된 승리의 찬가를 불러선 안 된다. 마치 정부가 잘해서 방역 모범국가가 된 것인 양 자화자찬하며 이를 총선 아젠다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정반대다.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을 의료 전문가 및 국민이 땀과 눈물로 극복한 것이다. 그런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