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숙원 사업이던 내부등급법 도입이 상반기 중 승인될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높아져 자금 여력이 커지는 게 골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 지원과 그룹 인수합병(M&A) 행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점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현장 점검(본점검)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이 BIS 비율 개선을 위해 요청한 내부등급법 모형 적용이 적합한지 살펴보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주 1차 점검을 거쳐 이달 말 2차 점검을 한다. 이후 우리금융이 정식 신청을 하면 금감원이 승인하는 구조다. 점검 뒤 승인까지는 통상 한 달 안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상반기에는 승인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사용해 자본 산정에 불리함을 겪어 왔다. 표준등급법은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할 때 바젤위원회가 정한 표준가중치를 적용한다. 반면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한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고 BIS 비율은 올라간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계산한다.

우리금융, 자금 숨통 트이나…'숙원' 내부등급법 도입 눈앞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은행이 지주회사 전환 시 그대로 적용토록 한 특례조항이 2016년 일몰 되면서 우리은행은 표준등급법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 비율은 11.89%다. KB금융(14.48%) 하나금융(13.95%) 신한금융(13.90%)보다 크게 낮다.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면 우리금융의 BIS 비율도 13~14%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속도를 내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금융의 자금 여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채권안정펀드와 증권안정펀드 출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서는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이 경우 금감원이 설정한 금융지주 BIS 비율 하단(11.5%)을 맞추기가 빠듯해진다. 다른 지주들보다 적극적으로 대출 등에 나서기가 어려웠던 이유다.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대규모 여신을 공급하거나 펀드에 출자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진다. 또 다른 숙원 사업인 비은행 계열 M&A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자금을 더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면 보다 적극적으로 매물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부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다른 지방금융지주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BNK, DGB, JB금융지주도 내부등급법 도입을 추진해 왔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이들 금융지주의 BIS 비율은 모두 12~13% 수준이다.

정소람/박종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