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이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최고 수준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유가 상승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에 나서면서 과열을 넘어 투기 조짐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급제동을 걸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사 레버리지 원유 ETN에 대한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3800억원이다. 지난 1월만 해도 해당 상품에 대한 개인 순매수 규모는 278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 702억원으로 급증한 뒤 한 달만에 5배 넘게 불었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게 특정 테마의 주식 또는 상품을 묶어서 만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차입 효과(레버리지)를 활용해 유가가 오를 경우 상승폭의 두 배를 벌도록 설계됐다.

국제유가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실패하면서 수직 낙하했다. 한 때 배럴당 2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이에 반등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원유 ETN을 대거 매수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ETN의 주가(시장가격)가 순자산가치(지표가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매수세가 가장 많이 몰린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의 경우 전날(종가 기준) 시장가격은 3420원으로 치솟았다. 지표가치가 주당 1824원인 것과 비교하면 괴리율이 87.46%에 달했다.

통상 ETN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들은 괴리율이 최대 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그러나 투자자 매수 물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보유 물량이 모두 소진돼 제대로 된 유동성 공급 기능을 할 수 없게된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레버리지 ETN에 대해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괴리율 폭등에도 유가반등을 기대한 투자자가 몰리면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경보는 금감원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 첫 사례다. 등급은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운영된다.

금감원 측은 "시장가격과 지표가치 간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는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다"며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도 원유 ETN 괴리율 안정화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오는 13일부터 과도한 투기수요가 급증해 일정수준 이상의 괴리율이 발생한 ETN에 대한 매매체결방법을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로 전환할 계획이다.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면 일정시간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합치가격)으로 집중체결하는 방식으로 매매가 체결된다. 또 괴리율 확대로 하루 매매거래정지 후에도 괴리율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거래소가 인정하는 날까지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채선희 /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