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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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4명. 대구 동산병원이 2월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뒤 50일 간 대구·경북 환자를 지키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지원한 간호사의 수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8만명의 2%에 이른다. 이들 중 900명 정도가 실제 대구·경북을 찾아 환자를 돌봤다.

막 간호사 면허를 딴 20대 신입 간호사부터 은퇴후 집에서 쉬다가 현장을 찾겠다고 한 은퇴간호사까지 연령은 다양했다. 이들의 마음은 오직 하나였다. "바이러스와 끝까지 싸워 환자를 지키겠다"는 것.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감염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서 현장 의료진 자녀들이 쫓겨나고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고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봤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간호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신혼의 단꿈을 내려놓고 의료현장으로 달려간 전남대 오성훈 간호사, 태국에서 한국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단숨에 한국을 찾겠다고 한 김경미 간호사 등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남녀노소를 가르지 않았다.

"2년 전 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막 마쳤다"며 "대구에 가 돕고 싶다"는 간호사도 있었다. 박지원 대구 동산병원 간호사는 "선배 간호사들의 도움 손길에 울컥한 순간이 많았다"고 했다.

전국 간호사들이 대구·경북 현장에 투입되면서 사태도 안정을 찾았다. 지난 2월29일 821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 지역 신규 환자 숫자는 3월29일 25명으로, 4월10일 7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날 대구 지역 환자는 0명을 기록했다. 2월18일 이 지역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시작된 뒤 53일째다.

자원봉사 간호사들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나 관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청자 3874명 중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900여명에 불과하다. 심각한 현장상황을 반영해 중환자실 경력자를 우선 배치하다 보니 많은 인원이 의료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

현장을 다녀온 간호사들은 여전히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앞으로 자원봉사 간호사로 대체하는 임시방편 체계보다는 감염병 전문간호사나 전문병원 설립을 통해 국가적 재난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