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미' 장갑차·'퀀텀아이' 카메라…무기 브랜드 시대 여는 K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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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해외 공략하는 방산회사들
호주 토종 독거미 이름 딴 장갑자 '레드백'·
퀀텀점프식 최첨단 기술 카메라 '퀀텀아이'
LIG넥스원은 사명을 브랜드로 마케팅
호주 토종 독거미 이름 딴 장갑자 '레드백'·
퀀텀점프식 최첨단 기술 카메라 '퀀텀아이'
LIG넥스원은 사명을 브랜드로 마케팅
지난해 3월 한화디펜스 호주법인 마케팅팀은 새로 개발 중인 궤도장갑차 브랜드명을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발주처인 호주 정부는 군비를 강화하면서 ‘자주국방’을 강조하고 있다. 새 장갑차에도 호주 정서에 맞는 이름이 필요했다. K9자주포의 파워팩과 30㎜ 기관포, 대전차 미사일, 원격무장 등이 장착된 포탑과 최첨단 방호시스템을 탑재해 일반 장갑차보다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어필하고자 했다.
고심 끝에 ‘레드백(붉은배과부거미)’을 브랜드명으로 낙점했다. 뱀을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호주 토착종이다. 레드백 장갑차는 작년 9월 호주군 미래형 궤도 장갑차 획득사업에서 독일 회사 장비와 함께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이어 한화디펜스는 호주 방위사업청과 405억원 규모의 시제품 3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수주 여부는 2021년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무기 브랜드 전략이 현지에서 통하고 있다”며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호주법인 마케팅 인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기브랜드 실험 나선 방산회사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발주 기관에서 제품명을 짓는다. 방산업체가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사례는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산업체들이 무기 브랜드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 수주 위주였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개발중인 드론감시용 레이다 브랜드명을 사내공모로 정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수주한 기존 제품은 방사청에서 이름을 정했지만 해외 시장에 내놓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5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안티드론 시장이 2024년까지 23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작년에도 열영상 카메라 브랜드명을 사내 공모해 ‘퀀텀아이’라고 정했다. 퀀텀점프하듯 성능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감시체계라는 의미다. 퀀텀아이 수출은 중동,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해외 무기시장 후발주자인 한국업체로서 글로벌 수주전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국내에서는 브랜드 이름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기술력과 발주처 조건에 맞출 수 있는 제조역량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통해 ‘한끗’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현지 관계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들 업체는 해외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작년 3800억원이었던 해외매출을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기준 13% 가량인 해외매출 비중도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매출 3조, 해외사업 비중 30%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등에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LIG넥스원도 2016년 6.1%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12.8%까지 높였다. K9자주포도 현지화
대표적인 토종 무기인 K9 자주포도 해외에 나갈 때는 브랜드가 달라진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K9자주포를 인도에 수출할 때 ‘K9 바지라’ 라는 브랜드를 앞세웠다. 바지라는 힌디어로 천둥이자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이다. 인도 정부는 당초 올해 11월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던 K9 바지라를 지난달 배치했다.
회사 이름이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LIG넥스원은 해외 전시회에 적극 참가해 각 무기 이름보다 ‘LIG넥스원’을 앞세워 홍보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인지도가 낮은 해외에서는 각 무기 이름을 따로 알리는 것보다 현지 의사결정권자들에게 회사이름을 각인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LIG넥스원이라는 사명이 무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2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각각 개최된 국제 종합방산전시회인 ‘DEFEXPO INDIA’와 무인‧로봇 국제 전시회 ‘UMEX 202’에서 비호복합 대공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비롯해 미래형 무기체계로 각광받고 있는 무인수상정(해검-II) 등을 소개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고심 끝에 ‘레드백(붉은배과부거미)’을 브랜드명으로 낙점했다. 뱀을 사냥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호주 토착종이다. 레드백 장갑차는 작년 9월 호주군 미래형 궤도 장갑차 획득사업에서 독일 회사 장비와 함께 최종 후보 리스트에 올랐다. 이어 한화디펜스는 호주 방위사업청과 405억원 규모의 시제품 3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수주 여부는 2021년 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무기 브랜드 전략이 현지에서 통하고 있다”며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호주법인 마케팅 인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기브랜드 실험 나선 방산회사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발주 기관에서 제품명을 짓는다. 방산업체가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사례는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산업체들이 무기 브랜드를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국내 수주 위주였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개발중인 드론감시용 레이다 브랜드명을 사내공모로 정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수주한 기존 제품은 방사청에서 이름을 정했지만 해외 시장에 내놓기 위해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5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안티드론 시장이 2024년까지 23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작년에도 열영상 카메라 브랜드명을 사내 공모해 ‘퀀텀아이’라고 정했다. 퀀텀점프하듯 성능이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감시체계라는 의미다. 퀀텀아이 수출은 중동,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이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해외 무기시장 후발주자인 한국업체로서 글로벌 수주전에서 눈에 띄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국내에서는 브랜드 이름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기술력과 발주처 조건에 맞출 수 있는 제조역량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통해 ‘한끗’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현지 관계자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이들 업체는 해외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작년 3800억원이었던 해외매출을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기준 13% 가량인 해외매출 비중도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2025년 매출 3조, 해외사업 비중 30%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 등에서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LIG넥스원도 2016년 6.1%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지난해 12.8%까지 높였다. K9자주포도 현지화
대표적인 토종 무기인 K9 자주포도 해외에 나갈 때는 브랜드가 달라진다. 한화디펜스는 2017년 K9자주포를 인도에 수출할 때 ‘K9 바지라’ 라는 브랜드를 앞세웠다. 바지라는 힌디어로 천둥이자 인도 고대 신의 무기 이름이다. 인도 정부는 당초 올해 11월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던 K9 바지라를 지난달 배치했다.
회사 이름이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LIG넥스원은 해외 전시회에 적극 참가해 각 무기 이름보다 ‘LIG넥스원’을 앞세워 홍보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인지도가 낮은 해외에서는 각 무기 이름을 따로 알리는 것보다 현지 의사결정권자들에게 회사이름을 각인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LIG넥스원이라는 사명이 무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2월 인도와 아랍에미리트연방(UAE)에서 각각 개최된 국제 종합방산전시회인 ‘DEFEXPO INDIA’와 무인‧로봇 국제 전시회 ‘UMEX 202’에서 비호복합 대공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을 비롯해 미래형 무기체계로 각광받고 있는 무인수상정(해검-II) 등을 소개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