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아이디 'N번방'(nbunbang)으로 "저는 N번방 피해자"라면서 유명 브랜드를 사칭해 '이벤트성 모델을 찾고 있다'면서 보낸 메일 일부를 캡처해 공개했다. 그러면서 "메일을 받고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했고, 쇼핑몰 모델로 써 준다면서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번다고 제안했다"면서 텔레그램 N번방 피해를 입게된 배경을 밝혔다.
공개된 메일은 대형 포털의 계정이었지만 이메일 주소가 대형 패션 브랜드로 돼 있어서 피해자가 속을 수 밖에 없었던 것. "메신저로 연락을 달라", "패션 대기업에 들어가다보니 직원보안이 중요해서 카카오톡은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N번방 피해자는 "피팅모델을 하려면 알몸으로 앞, 뒤를 다 보내줘야 한다고 했고, '어차피 언니 앞에서 나중에 다 벗을 건데 뭘 부끄럽냐'고 해서 믿고 보냈다"며 "그 후로 뉴스에 나온대로 협박이 시작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울면서 빌었는데 더 심한 짓을 시켰다"며 "지워준다고 했는데, '이제 원하는 자료 다 얻었으니 인터넷에 뿌리는 일만 남았다'고 해서 협박이 올 때마다 사진을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옷을 보내준다고 해서 집 주소를 알려줬는데, 그 후로 집 사진까지 보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공포의 시간을 전했다. 이어 "너무 무서워 인터넷을 끊고 살다가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 일인지 파악했다"며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코로나19 때문에 묻혀서 시간만 지나길 바랐는데, 제가 틀렸다. 앞으로 고소할 것"이라면서 법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해당 계정의 운영자는 피해자의 친척 오빠로 알려졌다. 해당 글이 관심을 모으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은 삭제가 됐다. 하지만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글이 공개되면서 "N번방 운영자와 가담자 모두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피해자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 "어린 친구들이 혹하게 꾀어냈다",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았으면 한다" 등의 위로의 글도 이어졌다.
일명 'N번방'으로 불리는 온라인 성 착취 사건은 텔레그램을 통해 유료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고, 여성들을 협박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일을 칭한다.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을 비롯해 조력자 등이 검거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사회적인 분노를 자아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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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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