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PC업체들은
주문 몰리자 부품 조달난까지
가성비 높은 리퍼브 PC 인기
모니터 포함 30만원 안팎
PC 시장은 통상 1, 2월이 성수기로 꼽힌다. 개학, 입학을 앞두고 기기를 장만하려는 소비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4월 들어서도 PC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개학, 입학이 늦어지고 기업들의 재택근무도 예상보다 길어져서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는 지난달 국내 노트북 판매량이 2월보다 52% 늘었다고 발표했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비할 수 있는 조립 PC 판매량도 증가세다. 다나와의 PC 전문 쇼핑몰 샵다나와는 올 1분기에만 조립 PC 7만900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추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성인과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PC를 포함한 다양한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터의 개념이 무너지고 집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텔은 이 같은 ‘뉴 노멀’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이 몰리면서 중소 PC업체들은 부품 조달에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PC 제조공장 상당수가 중국에 있고 아직 공장 가동이 정상화되지 못한 탓이다. 일부 PC 업체는 4월 들어 예약 주문을 먼저 받은 뒤 완제품이 확보되면 배송하는 방식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OS까지 해결하는 리퍼브 PC
최대한 저렴하게 기기를 마련하려는 ‘가성비형’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유통, 전시, 반품 과정에서 흠집과 같은 작은 문제가 생긴 제품인 리퍼브 PC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중고에 해당하지만 사용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업체가 기능상 문제점을 점검한 뒤 판매하는 제품이다. 온라인에서 리퍼브 PC 본체는 부품 구성에 따라 10만~3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10만원대 보급형 모니터를 결합하면 30만원 전후로 PC를 구비할 수 있는 셈이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리퍼브 PC와 노트북 판매량은 전달보다 15% 늘었다. 노트북은 전월 대비 23%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EBS 등 동영상 강의를 보기 위해 PC,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윈도 등 운영체제(OS)가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것도 리퍼브 PC의 장점이다. 통상 윈도10을 설치하는 데 약 10만원이 추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기 가격만 보면 조립형 PC와 비슷하지만 OS 설치 비용을 감안하면 리퍼브 제품이 가성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사용감이 적기는 해도 완벽한 새 제품이 아닌 만큼 판매조건을 신중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은 판매처, 제조사에 따라 각기 다른 애프터서비스(AS) 조건을 내걸거나 반품, 교환이 안 되는 사례가 있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신 제품 쓸 수 있는 렌털
초기 비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게는 렌털 서비스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계약 시 10만~20만원 선의 보증금과 매달 일정 금액의 렌털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초기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최신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지금까지 노트북·PC 렌털은 기업고객 중심의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이었다. 기업이 대량으로 기기를 빌려 직원들이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개인 대상 렌털 서비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롯데렌탈의 렌털 플랫폼 묘미 관계자는 “3월 개인고객의 노트북 장기렌털 매출은 코로나19 이슈가 발생하기 전인 1월에 비해 121% 증가했다”고 말했다.
렌털 서비스는 장기 이용 후 기기를 소유하는 ‘인수형’, 업체에 반납하는 ‘렌털형’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항상 최신 상태의 소프트웨어와 AS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