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막말 정당 심판해달라"…선거 열기 달아오르는 부천병
제21대 총선 경기 부천병 선거구는 10일 미래통합당 차명진(60) 후보가 당 윤리위원회에서 '탈당권유' 처분을 받아 총선을 끝까지 치를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전날 두문불출했던 차 후보는 이날 서울 중앙당에서 열린 윤리위에 참석한 뒤 부천으로 돌아와 유세차량을 타고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그는 되도록 마이크를 잡지 않고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비교적 조용히 선거운동을 했지만 쉬지 않고 지역 곳곳을 돌아다녔다.

대신 마이크를 잡은 한 선거운동원은 "중앙당으로부터 살아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차명진이 돌아왔다.

살려달라.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차 후보는 이달 8일 방송된 OBS의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토론회에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세요? ○○○ 사건"이라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파만파 거세지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차 후보를 '제명'해달라고 당에 요구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당 윤리위는 한 단계 징계 수위가 낮은 '탈당권유' 처분을 내렸다.

당규에 따르면 탈당권유를 받은 당원은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곧바로 제명된다.

그러나 투표일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차 후보가 총선을 모두 치를 수 있게 사실상의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리위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한다"며 "제가 선거에서 이기면 당도 저를 못 쫓아낼 것이다.

자유우파 국민, 부천소사 유권자께서 차명진을 살려달라. 남은 4일 온 몸이 부서지도록 싸우겠다"며 총선을 끝까지 치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선대위가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차 후보는 홀로 '힘겨운 선거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상희(65) 후보는 차 후보에 대해 말을 아끼며 계획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부천지역에서 출근 인사로 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사전투표를 마치고 오후에 들어서 지역 곳곳을 도보 또는 차량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그는 OBS의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차 후보가 과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막말을 한 점을 지적하며 날이 선 비판을 했다.

하지만 차 후보가 또다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하자 토론회 이후 더는 대응하지 않았다.

위험 수위를 넘은 발언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 후보는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이날 차 후보에 대해 탈당권유 처분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미래통합당이 (차 후보의) 발언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일반 국민 정서·의식·인식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의 한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전국 국민들이 막말하고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정치인을 옹호하는 정당을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천병은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진보와 보수 정당이 엎치락뒤치락 승리와 패배를 주고받는 양상을 보이는 선거구다.

이번 총선에서 김 후보는 경인전철 지하화와 지하 경인국도 건설 등 공약을 앞세우며 '4선' 고지를 향해 뛰고 있다.

지난 19·20대 총선에서 김 후보에게 패배한 차 후보는 경인전철 지하화와 도심형 트램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설욕을 다지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신현자(48) 후보가 체험형 과학관 건립, 소사본동 대학로 조성 등을 공약을 내세우고 표심 경쟁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