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매출도 늘었지만 2분기 전망은 엇갈려
지난 3일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가게 앞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날 닌텐도의 콘솔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가 소량 입고된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콕'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게임기는 마스크 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 됐다. 36만원이던 가격은 60만원대로 올랐다. 신제품을 구매해 비싸게 되파는 ‘닌테크(닌텐도+재테크)’란 말까지 등장했다.
닌텐도 뿐만이 아니다. 개인용컴퓨터(PC) 전문쇼핑몰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조립 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했다. 코로나 사태로 자택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와 원격 교육, 온라인 쇼핑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소비절벽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업계는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PC와 닌텐도 스위치 등 전자기기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도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서버용 반도체를 사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는 올해 서버 D램 수요 전망치를 2분기 14억9500만GB(기가바이트)에서 15억4300만GB, 3분기 16억8000만GB에서 17억100만GB로 상향 조정했다. PC용 범용 D램 (DDR4 8Gb 1Gx8 2133㎒)의 3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08%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6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깜짝 실적'을 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57.8%인 3조7000억원 정도를 반도체 부문에서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들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월가의 비관론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화면 기업 도산과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가 늘어나고 이는 결국 전자제품 및 온라인 서비스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분기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와 노트북PC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반박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도 있다. 코로나19가 '클라우드 혁명'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아쇠가 될 것이란 대목이다. 온라인쇼핑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쿠팡, 마켓컬리에서 이마트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온라인교육과 OTT의 수요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게임 소프트웨어를 기기에 내려받지 않고 서버에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해 즐기는 클라우드 게임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잠시 흔들릴 수 있어도 반도체산업은 결국 우상향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