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다 사망국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11일(현지시간)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으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와이오밍주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미국 50개 주가 모두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CNN은 “전염병으로 50개 주가 재난지역에 지정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날 밤 12시 기준 2만577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최다 사망국 이탈리아(1만9468명)보다 사망자가 많아졌다. 미국 확진자는 53만2879명으로 전 세계 확진자(178만 명)의 30%에 달한다. 그나마 증가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게 위안이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7일 1973명, 8일 1943명, 9일 1901명에 이어 10일 2035명으로 늘어났지만 11일엔 1830명으로 줄었다. 확진자도 9일 3만3606명, 10일 3만3752명에 이어 11일엔 3만3명으로 다소 평탄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대 발병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치가 다소 안정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이날 코로나19 사망자가 783명 증가한 6823명이라고 밝히면서다. 뉴욕주 사망자는 7일 이후 하루 7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입원율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입원자는 전날보다 85명 증가한 1만8654명이었다. 2주 전에는 하루 20% 이상 증가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그러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번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 휴교령을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와 각종 이메일·문서 취재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1월 최악의 경우 미국인 30%가 감염되고 5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메모를 작성했다. 2월 셋째주엔 보건 책임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자택대피, 휴교 등 적극적인 바이러스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3월 16일부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브리핑에선 “감염률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를 가능한 한 빨리 정상화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보건 참모들의 조언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제 활동 재개 여부를 논의할 초당적인 국가재개위원회를 14일께 발표하겠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