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학원가에 학생·학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 개학이 지난 9일 시작됐지만 원격수업이 EBS 인터넷 강의로 사실상 ‘도배’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10일 오후 10시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선 수업을 마친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의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8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학원들에 운영 중단을 권고했지만 대치동 학원은 대부분 정상 영업을 했다.

학부모들은 “EBS 강의만으로는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치동 한티역 인근 수학 단과학원에서 만난 학부모 최모씨(51)는 “EBS 수업으로 학교 수업이 채워졌는데 다른 아이들 수준을 따라가겠느냐”며 “학원을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개학 연기로 진도가 크게 뒤처져 학원 수강은 필수”라고 했다.

일부 보습학원은 정상적으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오전 8시~오후 4시 사이에도 중·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학원 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불법으로 간주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교사의 ‘EBS 강의 도배’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는 “한국 교육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0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정상 등교했더라도 이 시기 고3 학생들은 EBS만으로 수업을 듣는 일이 잦다”며 “초·중등 원격수업에서는 좀 더 다양한 수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온라인 개학을 한 고3 학생은 적지 않은 수가 학원을 택하고 있다. 교육업체 유웨이가 6~9일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요 학습 양상으로 ‘단과학원 수강’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17.6%다. 유웨이 관계자는 “‘사교육 업체 인터넷 강의’라고 응답한 비율까지 합하면 고3 학생 중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율은 41.1%”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