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역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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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코로나 역설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A.22336482.1.jpg)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한 대재앙이지만, 9년간 내전에 휘말린 시리아와 리비아의 총성을 멎게 했다. 5년간 10만 명 넘게 사망한 예멘의 휴전도 앞당겼다. 예멘 내전에 개입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휴전을 선언하면서 예멘에 5억2500만달러(약 63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감염병의 진원지이자 ‘세계의 굴뚝’인 중국에서는 석탄 소비가 줄어 공기가 맑아졌다. 미국 연구팀은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3300여 명 발생하는 동안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2000여 명 줄었다”며 이를 ‘건강 이득(health benefits)’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 역시 지난달 기준으로 43% 개선됐다.
코로나19 사태로 되레 호황을 누리는 업체들도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여기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으로 게임을 권장하면서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WHO가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한 지난달 11일 이후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콘돔 등 성인용품 판매량이 세 배 늘었다.
과거사 갈등을 겪는 한국과 일본이 전세기를 공동으로 빌려 카메룬의 자국민을 귀국시킨 사례도 나왔다. 필리핀과 케냐, 마다가스카르에 있던 일본인들은 최근 한국이 마련한 전세기에 ‘합승’해 무사 귀환했다. ‘인류 공동의 적’인 작은 미생물 때문에 일어난 역설의 단면들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