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오만으로 비쳐 역풍 불라"
'조국 심판' 프레임 차단 목적도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구기동 유세에서 “민주당 안에 있는 사람들, 때로는 바깥에 있는 분들이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곤 한다”며 “나는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선거 이후에도 늘 겸손하게 임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나”라며 “국민의 뜻은 늘 준엄하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씀을 우리 당원 동지와 지지자들에게 거듭거듭 드린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도 “선거결과의 섣부른 전망을 경계한다”고 썼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소병철 후보와의 정책협약식에서 “당 바깥에서 우리가 다 이긴 것처럼 의석수를 예상하며 호언하는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결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모두 자중자애하면서 더 절박하고 더 간절하게 호소하고 몸을 낮춰도 겨우 이길까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시 유 이사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범진보 진영의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유 이사장의 발언은 자칫 오만으로 비쳐지면서 야당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해 총선에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서둘러 차단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4년 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180석 확보’를 호언했지만, 결과는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총선 뒤 반성문에서 “친박-비박 간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으면서 ‘옥새파동’을 낳은 오만이 참패를 불렀다”고 썼다.
민주당이 유 이사장 발언에 대한 경계에 나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식으로든 민주당과 유 이사장이 총선판에서 엮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유 이사장은 줄곧 ‘조국 옹호’를 외쳐와 조국과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터에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은 미래통합당이 총선 구도로 내세우는 ‘정권 심판’ ‘조국 심판’ 프레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유 이사장의 발언은 또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중도층, 부동층 표심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