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급매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시민이 급매 게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서울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20여 곳은 지나는 손님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40년째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며 “부동산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지난해 말 이후 매매거래를 한 건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거래절벽’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세를 구해달라는 전화는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경기 침체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시장이 멈춰섰다. 시세보다 2억~3억원가량 싼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집값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초 시작된 강남지역 전세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3구 급매물 잇따라

매매가 확 떨어진 강남3구 재건축…전셋값은 되레 가파른 상승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매매가격이 한 달 새 최대 2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매수자들이 하락세가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 이 단지 전용면적 76㎡는 지난달 초 20억원 아래 물건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18억3000만~18억7000만원에 급매가 나왔다. 지난달 10일 22억8000만원에 거래된 같은 단지 전용 84㎡는 호가가 20억5000만원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급매를 찾는 문의전화가 하루에 열 통 넘게 오지만 이달 들어 성사된 거래는 0건”이라며 “근처에 철거가 진행 중인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아파트도 거래가 거의 끊겨 호가가 의미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우선미’(우성·선경·한보미도맨션) 등 대치동 일대 아파트 가격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작년 말 2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팔렸다. 최근 18억5000만원대 매물도 나와 있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보유세 부담을 피하려는 급매물이 고점 대비 수억원 떨어진 가격에 나오고 있다”며 “대치동 입성을 노리는 매수자들도 국회의원 선거와 코로나19가 마무리되는 6월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도 매매가격이 내려갔다. 압구정동 J공인에 따르면 압구정동 구현대는 대부분 주택형의 호가가 지난달 들어 2억원가량 빠졌다. 가장 작은 면적대인 현대3차 전용 82㎡는 지난해 말보다 3억원 내린 21억원에 손바뀜한 사례까지 나왔다.

전세 매물 품귀에 가격 상승

강남구에서 전셋값은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3구에서 1133건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2월(2382건)보다 52.4% 줄어든 수치다. 전세 물량 감소가 전셋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 82㎡ 전세는 이달 3일 9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2월까지만 해도 평균 전세가는 6억5000만원이었다. 압구정동 구현대 전용 129㎡ 전셋값은 2월 10억원에서 최근 1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전통적인 학군 인기 지역인 대치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치동 K공인 대표는 “은마 전용 76㎡는 5억5000만원, 전용 84㎡는 6억5000만원 선에 전셋값을 형성해 최근 1개월 새 5000만~1억원 정도 상승했다”고 전했다.

매매거래가 위축되고 전세를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월세 또는 반전세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증가 등으로 매매 가격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오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충격이 커지면 전셋값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주/신연수/정연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