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美 달러화 '휴지 조각' 우려와 화폐개혁 논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로나 이후 무제한 달러 공급에
기축통화 신뢰성 갈수록 떨어져
디지털통화·리디노미네이션 등
화폐개혁 단행 목소리 커지지만
Fed, 출구전략 선택 가능성 높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기축통화 신뢰성 갈수록 떨어져
디지털통화·리디노미네이션 등
화폐개혁 단행 목소리 커지지만
Fed, 출구전략 선택 가능성 높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미국 중앙은행(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1913년 설립 이래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입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Fed는 초당 100만달러를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가 많이 풀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트리핀 딜레마다.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자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레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화를 사두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 system)’으로 지칭된다. 킹스턴 회담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유지돼왔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 유일한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대외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무역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어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돼왔다.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시뇨리지(global seigniorage: 화폐발행차익)’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반면 다른 국가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했던 과다 달러화 보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러 유동성에서 자유로운 국가를 중심으로 외화보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탈(脫)달러화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통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세계 교역에서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 세계화 쇠퇴)’에 맞춰 결제통화상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급자족(autarky) 성향이다.
Fed가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간단하고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풀린 달러화를 환수하는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2015년 12월 금리 인상 이후 출구전략 추진 과정에서 입증됐듯이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폐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금본위제 부활’이다. Fed가 달러화 공급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금값이 오르는 것도 이 요인이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 공급량 제한과 금 보유국에 또 다른 특혜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빨라질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에 맞춰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이다. Fed는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을 마무리해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디지털 달러화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폐거래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국민의 저항이 의외로 크지만 해당국 통화의 대외위상 제고와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매력이 있다. 미국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Fed는 화폐개혁보다 점진적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방향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그 어느 국민보다 달러화를 많이 사둔 한국 국민은 달러화의 휴지조각 전락 우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Fed는 초당 100만달러를 풀어내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가 많이 풀릴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트리핀 딜레마다.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자마자 달러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곧바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자인 레이 달리오는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기요사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달러화를 사두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길게는 스미스소니언 체제 포함)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 system)’으로 지칭된다. 킹스턴 회담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전보다 느슨하고 불안한 형태로 유지돼왔다.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기축통화의 신뢰성이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는 없다. 유일한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대외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무역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없어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돼왔다.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 가치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시뇨리지(global seigniorage: 화폐발행차익)’ 특권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반면 다른 국가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했던 과다 달러화 보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러 유동성에서 자유로운 국가를 중심으로 외화보유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탈(脫)달러화 추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통화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세계 교역에서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 세계화 쇠퇴)’에 맞춰 결제통화상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형태의 자급자족(autarky) 성향이다.
Fed가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간단하고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풀린 달러화를 환수하는 출구전략이다. 하지만 2015년 12월 금리 인상 이후 출구전략 추진 과정에서 입증됐듯이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폐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금본위제 부활’이다. Fed가 달러화 공급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금값이 오르는 것도 이 요인이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금 공급량 제한과 금 보유국에 또 다른 특혜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빨라질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에 맞춰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이다. Fed는 디지털 달러화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을 마무리해 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디지털 달러화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화폐거래단위를 축소하는 ‘리디노미네이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국민의 저항이 의외로 크지만 해당국 통화의 대외위상 제고와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매력이 있다. 미국에서도 이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Fed는 화폐개혁보다 점진적 출구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방향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의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그 어느 국민보다 달러화를 많이 사둔 한국 국민은 달러화의 휴지조각 전락 우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