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美 양적완화, 자산가격 급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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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에 대응해
무제한 '돈 뿌리기' 나선 美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실물경제 부양효과 없이
주식·부동산 가격 급등 초래
'혼란의 시대' 2막 열릴 수도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무제한 '돈 뿌리기' 나선 美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실물경제 부양효과 없이
주식·부동산 가격 급등 초래
'혼란의 시대' 2막 열릴 수도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지난 한 달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일찍이 유례없는 ‘돈 뿌리기’에 나섰다. 지난달 3일과 15일 두 차례의 ‘빅컷(큰 폭의 금리 인하)’을 통해 단 2주 만에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렸고, 동시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를 다시 소환했다. 이후 22일 7000억달러의 상한선을 제거하고 양적완화 규모를 ‘무제한’으로 격상시켰다. 더불어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agency MBS) 외에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3000억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매입하기로 했고, 금융위기 당시 사용한 자산담보부대출기구(TALF) 역시 재출범시켰다.
이런 발표 후에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이달 8일 총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질적완화(QuaE)’를 단행하기로 했다. 회사채 매입 범위를 투기등급 채권,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거의 모든 종류로 확장하고, 의회에서 통과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통해 재무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중소기업 지원 자금과 급여 보호 프로그램 등에 약 10배의 레버리지 자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보편성의 원칙’에 입각해 펼쳐야 한다. 중앙은행은 이 원칙을 통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중립성을 견지한다. 특정 시장 또는 산업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면 그 선택 기준에 관한 논란으로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화정책은 ‘무딘 칼(blunt knife)’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Fed가 고수해온 원칙이었다. 그러던 Fed가 재무부와 함께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질적완화를 통해 이번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현재까지 집행된 Fed의 유동성 공급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5000억달러 정도가 기업어음(CP) 매입 등 단기 유동성 지원으로 활용됐고 채권 매입 규모는 1조20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약 9000억달러는 은행들이 초과지불준비금으로 다시 Fed에 예치해 회수됐고 나머지 8000억달러 정도가 민간부문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 유동성 지원과 양적완화를 포함한 Fed의 유동성 공급 중 민간부문으로 전달된 비율은 약 50%인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세 차례의 QE 평균 적중률 25%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런 양적·질적완화(QQE)가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세 차례의 양적완화가 실물부문에 미친 영향을 보면 QE1은 2009년 2분기 -4%까지 하락했던 성장률을 2011년 3%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이 기저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QE2 기간엔 오히려 성장률이 하락했고 QE3 기간엔 성장률이 횡보했다. 이 기간 물가 상승 역시 미미했다. 따라서 양적완화가 경기부양에 미친 효과는 불명확하며 학계 역시 이와 관련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이 시행한 질적완화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양적완화가 가져온 가장 명확한 영향은 자산가격 급등이다. 실물부문 부양에는 제한적 효과가 있어 염려했던 인플레이션 유발은 나타나지 않고, 대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2009년 2월 저점을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지수는 코로나19 위기 발발 전까지 일곱 배나 급등했고 일본 주가도 세 배 넘게 올랐다. 주가가 두 배 정도 오른 유럽, 영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실물부문보다 자산시장에 투입되면서 성장률과 물가 상승을 견인하기보다는 자산가격을 급등시킨 것이다. 미국의 화폐 유통 속도가 역사상 가장 낮은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번 양적완화가 실물부문 부양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자산가격 앙등이라는 숙제를 남길 우려가 높다. 자산가격 앙등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포퓰리즘의 대두 그리고 이의 결과물인 국내 정치의 대립과 국제 정치의 질서 붕괴 등 금융위기 이후 일어났던 혼란의 시대, 그 2막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발표 후에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이달 8일 총 2조3000억달러 규모의 ‘질적완화(QuaE)’를 단행하기로 했다. 회사채 매입 범위를 투기등급 채권,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거의 모든 종류로 확장하고, 의회에서 통과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통해 재무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중소기업 지원 자금과 급여 보호 프로그램 등에 약 10배의 레버리지 자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보편성의 원칙’에 입각해 펼쳐야 한다. 중앙은행은 이 원칙을 통해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 중립성을 견지한다. 특정 시장 또는 산업에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면 그 선택 기준에 관한 논란으로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화정책은 ‘무딘 칼(blunt knife)’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 Fed가 고수해온 원칙이었다. 그러던 Fed가 재무부와 함께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질적완화를 통해 이번 위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현재까지 집행된 Fed의 유동성 공급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5000억달러 정도가 기업어음(CP) 매입 등 단기 유동성 지원으로 활용됐고 채권 매입 규모는 1조20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약 9000억달러는 은행들이 초과지불준비금으로 다시 Fed에 예치해 회수됐고 나머지 8000억달러 정도가 민간부문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 유동성 지원과 양적완화를 포함한 Fed의 유동성 공급 중 민간부문으로 전달된 비율은 약 50%인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세 차례의 QE 평균 적중률 25%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런 양적·질적완화(QQE)가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세 차례의 양적완화가 실물부문에 미친 영향을 보면 QE1은 2009년 2분기 -4%까지 하락했던 성장률을 2011년 3%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 중 상당 부분이 기저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QE2 기간엔 오히려 성장률이 하락했고 QE3 기간엔 성장률이 횡보했다. 이 기간 물가 상승 역시 미미했다. 따라서 양적완화가 경기부양에 미친 효과는 불명확하며 학계 역시 이와 관련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이 시행한 질적완화가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이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양적완화가 가져온 가장 명확한 영향은 자산가격 급등이다. 실물부문 부양에는 제한적 효과가 있어 염려했던 인플레이션 유발은 나타나지 않고, 대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2009년 2월 저점을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지수는 코로나19 위기 발발 전까지 일곱 배나 급등했고 일본 주가도 세 배 넘게 올랐다. 주가가 두 배 정도 오른 유럽, 영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이 실물부문보다 자산시장에 투입되면서 성장률과 물가 상승을 견인하기보다는 자산가격을 급등시킨 것이다. 미국의 화폐 유통 속도가 역사상 가장 낮은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
이번 양적완화가 실물부문 부양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자산가격 앙등이라는 숙제를 남길 우려가 높다. 자산가격 앙등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와 이로 인한 포퓰리즘의 대두 그리고 이의 결과물인 국내 정치의 대립과 국제 정치의 질서 붕괴 등 금융위기 이후 일어났던 혼란의 시대, 그 2막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