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코마리투스병' 동물 임상
손발 굽거나 마비 일으키는 질환
기존에 개발한 치료 후보물질 사용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2016년 한국과 호주, 2018년 유럽과 싱가포르,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크리스퍼-카스9은 살아 있는 세포의 특정 유전 정보를 선택적으로 편집해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툴젠은 2016년부터 샤르코마리투스병 후보물질인 CMT1A 개발에 들어갔다. 2018년 유럽세포유전자치료학회(ESGCT)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고 지난해 국제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게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성 질환 가운데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병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에 약 140만 명의 환자가 있다. 말초신경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손발이 굽거나 마비가 일어난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PMP22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돼 발병한다. 툴젠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PMP22 유전자가 발현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부위를 제거해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툴젠 관계자는 “CMT1A가 PMP22 유전자를 조절하는지 동물모델에서 검증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전임상을 맡겨 약물 유효성 평가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툴젠은 CMT1A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 1월 치료제사업본부를 기능별로 재편했다.
툴젠이 14일 성남에 전임상개발센터를 세운 것도 CMT1A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툴젠 관계자는 “센터에는 10여 명의 전임상 전담인력을 상주시킬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유전자가위 임상 활발
툴젠은 전임상을 마친 뒤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툴젠 관계자는 “한국은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생명윤리법 등 규제 때문에 제약이 많다”며 “임상 초기에 다국적제약사 등에 기술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생명윤리법상 유전자 교정 치료는 유전질환, 암, 에이즈 등을 포함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질병에만 허용된다.
현재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임상이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인텔리아는 심각한 빈혈을 유발하는 낫적혈구병(SCD)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2상을 이달 시작했다. 에디타스는 지난달 아일랜드 제약사 엘러간과 함께 선천성 희귀 망막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내장 치료제의 임상 1·2상을 시작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지난해부터 낫적혈구병 치료제의 임상 1·2상을 하고 있다.
■ 유전자가위
유전체의 특정 유전자를 잘라낸 뒤 다른 유전자를 붙여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술. 유전병 희귀병 등 난치병 치료제 개발, 동식물 품종 개량 등에 유용한 기술로 꼽힌다. 툴젠 등이 확보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3세대인 크리스퍼-카스9의 하나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