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캘리포니아 등 9개 주가 13일(현지시간) “경제 정상화를 위해 공조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꺾일 조짐을 보이자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경제 재개를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美 9개 주지사 '경제 정상화' 공조에…트럼프 "곧 지침 내놓을 것"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로드아일랜드 등 미 동부 6개 주 주지사는 이날 전화회의를 한 뒤 경제 정상화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건 전문가, 경제 전문가, 주 정부 당국자들이 참여해 경제 정상화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실무그룹을 꾸리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 서부 3개 주도 이날 경제 정상화에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주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자택대피령 등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풀 계획이다.

이들 주는 미국 내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컸던 곳이다.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 이동제한, 상점 셧다운(일시 영업 정지), 휴교령 등 강력한 방역 조치를 폈다. 이들이 경제 정상화를 거론한 건 최악의 국면이 지나고 있다는 신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계속 스마트하게 대응하면 최악의 상황은 끝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는 671명이었다. 지난 1주일간 하루 사망자 700여 명에 비하면 상황이 다소 개선됐다. 미국 전체로도 증가세가 꺾였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바라건대 이번주 중 언젠가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등 9개 주의 공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빨리 재개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방역보다 경제를 앞세워 비판을 받았다. 특히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때문에 경제를 조기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해왔다. 이들 9개 주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경제 활동 재개 지침과 권고를 며칠 내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제 정상화 결정이 주지사의 권한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전면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9개 주 주지사의 공조 방침이 알려지기 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각 주의 경제 정상화는 주지사의 권한’이라는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며 “이는 대통령 결정 사항”이라고 했다.

미 CNBC는 “법률상 공중보건 관련 사항은 각 주의 권한”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제한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좇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웬디 파멧 노스이스턴대 공중보건법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방정부는 막대한 영향력과 설득력, 지갑(자금)의 힘이 있다”며 대통령의 방침이 일부 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