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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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2%로 낮춰 잡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를 한국도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IMF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정도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란 예상이다.

국제기구로는 첫 마이너스 전망

IMF는 지난해 4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내다봤다. 작년 10월엔 세계적 경기 둔화 추세를 반영해 2.2%로 낮췄다. 이번엔 코로나19를 감안해 -1.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두 차례였다.

IMF의 마이너스 전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이 강도 높은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실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0.6%로 제시했고, 피치는 이달 -0.2%로 내놨다. 노무라증권은 -6.7%로 내다봤다. IMF의 -1.2% 전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IMF는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로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0.9%)에 비해 0.6%포인트 낮췄다. 실업률 전망치도 종전보다 0.3%포인트 높인 4.5%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IMF의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그래도 가장 높은 수준이며, 하향 조정폭도 가장 작은 수준이라는 내용의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기재부는 그 이유로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담당 미션단장과의 인터뷰를 참고자료에 실었다. 바우어 단장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기재부가 총선을 하루 앞두고 참고자료를 통해 자화자찬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따라 더 낮아질 수도”

IMF "韓,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코로나 종식 늦으면 더 추락"
IMF가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하반기에 종식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IMF는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에 끝날 경우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가 내년에 가파른 반등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세계 경제는 5.8%, 한국 경제는 3.4% 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 지속되거나 내년에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이번에 전망한 것 이상의 충격이 올 것이라고 IMF는 전망했다. IMF는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50% 더 길게 이어지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포인트 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시나리오에선 2021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측 대비 8%포인트 가까이 낮아지게 된다.

IMF는 이번 위기가 기존 경기 침체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라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선 돈을 풀어 소비를 진작하는 형태의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코로나19는 격리와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기존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IMF는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코로나19 확산 억제와 보건지출 확대가 최우선 과제”라며 “재정 지원은 적시에 한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IMF의 전망과 관련,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침체가 계속될지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데 두 달 이상 걸린다면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장도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U자형 경기순환에 무게를 뒀다.

강진규/성수영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