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이용료 갈등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 서비스와 관련한 네트워크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자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게 골자다.
결국 소송으로 번진 '망사용료 갈등'…SKB "무임승차" vs 넷플릭스 "못 내"
방통위 중재 과정서 평행선 거듭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갈등을 법원으로 가져간 것은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 지 5개월 만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중재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와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중재안이 나오더라도 결국 법원 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다음달 중재안을 내놓으려 했지만 소송이 제기 되면서 중재 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국내 이용자가 넷플릭스 같은 해외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이들 서버가 설치된 다른 국가에 접속해야 한다. 이들 국가와 연결되는 해외 망은 국내 망과 비교해 네트워크 용량이 넉넉지 않다. 통신 사업자별 여건도 다르다. KT는 해외 망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는 사용자가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를 국내에 미리 갖다 놓는 ‘캐시서버(오픈커넥트)’를 설치해 이 같은 문제에 대처한다. 해외 망이 넉넉지 않고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지 않은 SK브로드밴드가 통신 사업자 가운데 넷플릭스와의 갈등 최전선에 선 이유다.

전용 캐시서버가 만능 열쇠?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업자(CP)가 망 이용료를 별도로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내 소비자가 인터넷 이용료를 내는 상황에서 CP에까지 별도의 이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부과라는 설명이다. 대신 필요하다면 통신 사업자별로 캐시서버를 두는 카드를 내놨다. 사용량이 많은 콘텐츠를 국내 캐시서버에 미리 저장해 놓고 빠르게 고용량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 딜라이브 등 넷플릭스와 제휴한 5개 업체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세계 1000여 곳이 넘는 사업자가 오픈커넥트를 이용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트래픽 부담 없이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가 요구하는 망 이용료에 대해서는 “우리 서비스 개선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이런 개념의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전용 캐시서버를 두더라도 여기에 연결하는 통신망 대가는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앞서 망이용료 분쟁을 겪은 페이스북도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면서 여기에 필요한 망 이용 대가를 내기로 국내 통신사업자와 합의했다”며 “넷플릭스는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프랑스의 오렌지 등 해외에서 통신사업자에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과 관련해 화질에 따라 금액에 차등을 둔 자사의 요금 체계와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동시 접속 인원과 화질에 따라 금액 차이를 둔 베이직, 스탠더드, 프리미엄 세 가지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질은 통신사업자 영역인데 이에 따른 금액 차등을 두면서 망 이용료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억지”라고 꼬집었다.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도 핵심 이슈 중 하나다. 2017년 기준 연간 네이버가 700억원, 카카오가 300억원 수준을 망 이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에서 각 사업자의 개별적 계약을 통해 망 이용료 비용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최종 목표는 구글”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CP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초반 유튜브의 폭발적 성장으로 통신사들의 트래픽 부담이 커지자 구글은 캐시서버를 제안했다. 통신 3사는 2012년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협상은 구글과의 협상을 노린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조수영/이승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