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의 날이 밝았다. 이번 총선은 초반부터 ‘코로나 사태’에 덮여 공약도, 인물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깜깜이 선거’다. 막판엔 여야의 현금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경쟁과 막말 논란까지 터져 혼탁 양상마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국민 개개인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기에 처한 경제 회생은 물론 우리의 삶과 자녀들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최소한 다음 세 가지의 선택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문재인 정부 3년간의 정책기조를 지속하게 할지, 아니면 변화시킬지다. 5년 임기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누가 뭐래도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이 지속될 수도, 전환될 수도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의 강행 등이 과연 국가경제를 더 튼튼히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늘렸는지 여부를 냉정히 따져 표로 심판해야 한다. 탈원전과 외교안보, 교육·복지정책 등도 평가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둘째, 포퓰리즘 정치가 계속 판치게 할지, 여기서 중단시킬지 여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씩,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인당 50만원씩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나눠주겠다며 퍼주기 공약 경쟁을 벌였다. 나랏빚이 사상 처음으로 작년 말 1700조원을 돌파했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위험선인 40%를 넘을 게 뻔한데도 여야는 아랑곳 않고 매표(買票)에만 열을 올렸다. 한국을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몰락시킬 수 있는 포퓰리즘을 지금 막을지 여부가 오늘의 투표에 달렸다.

셋째, ‘코로나 이후’ 확연히 달라질 세계질서에 누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면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환경을 비롯한 국제 경제·산업 판도는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엄청난 변화가 몰려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런 변화를 기회 삼아 한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려면 미래지향적 비전과 역량을 갖춘 정치 리더십이 필수다.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 선택의 결과는 우리 자신은 물론 자녀들의 삶과 미래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번영하고 부강한 나라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행복한 삶을 누릴지, 아니면 쇠락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노예와 같은 불행한 삶을 살지를 결정하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오늘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의 무게가 이렇게 무겁다.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는 표로 말해야 한다. 투표소에는 가지 않으면서 아무리 정치가 삼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들 소용없다. 우리 앞에 중차대한 순간이 다가왔다. 소중한 한 표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