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워호스' '렌트' 등
여름 대작 성패가 시장 회복 관건
‘오페라의 유령’ ‘드라큘라’ 등 대극장 뮤지컬이 이달 1일부터 전격 중단되며 뮤지컬계가 우려하던 ‘잔인한 4월’이 현실로 나타났다. 전체 공연시장에서 절반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뮤지컬시장이 얼어붙으며 공연계 전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KOPIS에 따르면 이달 개막한 뮤지컬 공연은 10편에 불과했다. 1월 개막작(153편)의 15분의 1 수준이다. 뮤지컬 성수기가 12월~이듬해 2월인 것을 감안해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만 해도 24편이 새로 무대에 올랐다. 개막작과 이전부터 무대에 오르던 작품을 합친 공연 건수도 1월 264건에서 이달 30건으로 급감했다.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지난달 14일 서울 공연의 막을 올린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의 앙상블 배우가 이달 1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공연계는 충격에 빠졌다. 김준수와 류정한, 전동석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큘라’도 같은 날 공연을 중단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극장 뮤지컬 공연은 모두 사라졌고, 중소형 뮤지컬도 잇달아 공연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며 파장이 커졌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졌던 대작들이 중단되며 시장 전체가 커다란 위기에 처했다”며 “공연 자체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뮤지컬시장 연간 매출이 4000억원대에서 올해 1000억원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뮤지컬시장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 이후 급속히 대중화·산업화가 이뤄지며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10년대 중반 연간 3000억원대로 올라섰고, 2018년 ‘아이다’ ‘웃는남자’ ‘라이온킹’ 등 대작들이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4000억원대에 진입했다. 올해 연간 규모가 1000억원대로 떨어진다면 국내 뮤지컬시장이 1990년대로 후퇴하는 셈이다.
올해 뮤지컬시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다양한 시도도 코로나19로 실현되기 힘들어졌다. ‘오페라의 유령’의 공연기획사 클립서비스가 올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돼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카카오페이,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나오던 공연 투자 상품도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뮤지컬시장 회복을 위해선 오는 6~7월 예정된 대극장 공연의 성패가 중요하다. 올해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가 6월 11일~8월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모차르트 역에 김준수, 박강현, 박은태 등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10주년 공연인 만큼 최고의 캐스팅을 선보이고 각 시즌의 장점을 모아 무대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립극장의 ‘워호스’는 7월 3일~8월 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국내 초연할 예정이다. 2007년 영국 초연 이후 세계 11개국에서 800만 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신시컴퍼니도 6월 뮤지컬 ‘렌트’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이 시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뮤지컬 팬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익 다변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작사들이 ‘집콕족’을 위해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를 하고 있지만 전부 무료다. 원 교수는 “해외에선 단순히 기록용으로 영상을 남기는 게 아니라 한 장면을 찍기 위해 몇 주 동안 촬영하며 수준 높은 영상을 제작한다”며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영상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