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마스터스 연기 수혜자는 우즈·켑카·존슨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골프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13일(한국시간) 우승자가 가려졌을 것이다.

2020년 그린재킷의 주인공은 11월에야 알 수 있다.

코로나19를 피해 대회를 11월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작년 우승자 타이거 우즈(미국)는 애초 예정된 마스터스 주간을 맞아 "늘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에 맞춰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렸고 올해도 다르지 않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렇지만 지난 두 달 동안 행보를 보면 마스터스 연기는 우즈에게 실보다 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더 크다.

그는 올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등 단 두차례 밖에 대회를 뛰지 않았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9위에 올랐지만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간신히 컷 탈락을 모면하고 최하위에 그쳤던 그는 이후 출전을 예상했던 대회를 모조리 빠졌다.

허리가 아프다며 몸 관리가 먼저라고 밝혔다.

마스터스를 대비한 몸 관리라는 설명이 따랐지만,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마저 건너뛴 건 몸 상태가 여간 나쁘지 않다는 뜻이다.

회복할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는 사실은 우즈에게는 어쨌든 유리하다.

브룩스 켑카도 마스터스의 11월 연기의 수혜자다.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4차례 우승하며 PGA투어의 최강자로 군림한 켑카는 작년 가을 무릎을 다쳐 수술을 받은 이후 올해 내내 제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세 차례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번은 컷 탈락, 두 번은 하위권에 그쳤다.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했던 켑카는 예정대로 4월에 마스터스가 열렸다면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그린 재킷을 차지할 가능성이 아주 낮았다는 평가다.

11월이라면 켑카는 마스터스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켑카에 앞서 세계랭킹 1위였던 더스틴 존슨(미국)도 마스터스 연기가 반갑다.

존슨 역시 작년 여름부터 올해 초반까지 성적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강 곡선을 그리던 컨디션을 다시 끌어 올릴 시간이 주어진 건 나쁘지 않다.

마스터스를 통해 출셋길에 올랐던 조던 스피스(미국)도 4월에서 11월로 연기된 마스터스는 희소식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큰 선수다.

1년 넘는 슬럼프가 올해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터라 11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2월에 클럽을 교체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존슨과 비슷한 처지다.

역시 좀체 전성기 기량을 되찾지 못하는 로즈는 마스터스가 11월로 연기되면서 한숨을 돌렸다고 보면 맞다.

마스터스의 연기가 달갑지 않은 선수도 있다.

로리 매킬로이(미국)와 임성재(22)는 예정대로 열렸다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11월로 미뤄지는 바람에 상승세가 아깝게 됐다.

매킬로이는 "11월 마스터스도 자신 있다"고 밝혔지만 한창 물오른 기량일 때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지 못한 게 아쉬운 건 분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