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산시영 아파트(3710가구)가 최근 재건축 추진의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D등급(조건부 재건축)으로 통과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롯데쇼핑과 서울시의 이견 조율 실패로 지난 7년간 표류하고 있던 인근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복합쇼핑몰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강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평가받던 이 아파트 가치가 최근 안팎에서 들려오는 호재 소식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통과로 탄력받는 재건축 사업
성산시영은 대우·선경·유원 세 건설사가 함께 지은 아파트로 각 단지는 단일 전용면적 평형(대우 50㎡, 선경 51㎡, 유원 59㎡)으로 이뤄져 있다. 이 아파트는 월드컵공원과 한강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실수요자가 꾸준히 찾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계 설명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등이 지나가는 마포구청역·월드컵경기장역·디지털미디어시티역 세 곳이 모두 도보 10분 거리 이내에 있다.
성산시영은 1986년 6월 입주해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웠다. 2018년 재건축 사업 추진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올해 1월 D등급으로 통과했다. 정밀안전진단 등급은 재건축이 불가한 A∼C등급(유지·보수),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D등급, 재건축 확정 판정인 E등급으로 분류된다. 다만 E등급은 ‘붕괴위험’ 수준을 뜻하며 나오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들과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 측은 적정성 검토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성산동 A공인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께 적정성 검토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통과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성산시영 재건축 예비추진위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 통과를 염두에 두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산시영의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한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매가는 재건축 예비추진위가 정밀안전진단 연구용역을 발주한 지난해 7월 이후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전용 51㎡의 경우 지난해 7월 6억원대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6일에는 8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단기적으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성산시영 재건축 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는 상황은 분명한 호재지만 가격에 당장 더 반영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지역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이 아파트 매매가도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성산시영 최대 평형인 전용 59㎡는 지난 1월 9억원대 초반까지 가격(실거래)이 올랐으나 현재 호가는 9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건부 통과이기 때문에 적정성 검토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건축 단지들이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그 즉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2018년 2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국토부 산하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받아야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인근 복합쇼핑몰 건설 사업에 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도 이 아파트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2013년 서울시로부터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3개 필지(2만644㎡)를 매입하고 복합쇼핑몰 건설을 추진하던 사업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인근 시장 상인들의 반대 등을 근거로 상생안을 제시하라며 인허가 절차를 지연시켰다. 그러던 중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부당한 지연 행위라고 서울시에 시정을 권고하면서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롯데쇼핑은 이달 중 설계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7월께 서울시에 사업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성산시영은 마포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주변 입지가 좋은 아파트 단지”라며 “재건축이 진행되고 인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게 되면 더욱더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