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국민 철수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이 마다가스카르, 케냐, 필리핀 등지에서 마련한 귀환 항공편에 일본인을 동승시켰더니, 그제는 인도 벵갈루루에서 출발한 일본의 임시 항공편에 한국인 2명이 탑승할 수 있었다. 수단에서도 일본 전세기에 한국인이 함께 타고 올 예정이다. 코로나 위기 대처에 서로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양국 관계는 끝을 모를 정도로 악화일로였다. 지난해 7~8월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국가) 제외 등으로 보복하자, 우리나라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카드로 일본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달엔 일본이 코로나 확산 차단을 명분으로 한국인의 단기체류 사증(비자) 면제를 중단하자, 우리 정부도 똑같이 맞받아쳤다.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하다 보니 양국 모두 국내 정치에 상대를 이용한 것 외에 남은 것은 손실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자국민 철수 과정에서의 양국 협력은 새로운 변화의 전기로 삼을 만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은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감염병 종식은 물론,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 복원에도 국제공조는 필수다. 일본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만 명에 다가서고 있어 다급하다. 금융시장 안전망이 될 수 있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와 외교·안보관계 정상화라는 우리의 과제도 있다. 그동안의 관성대로 ‘안 보고 안 만나겠다’는 게 해법일 수 없다. 어려울 때 내미는 손은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고 관계를 개선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