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10개 항공사에 250억달러(약 30조4000억원)를 지원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5만 명에 달하는 항공업계 근로자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한 임직원 급여 보조금이다. 항공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대신 오는 9월까지 일시 해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근로자를 지원하고 항공업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납세자도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원금을 최대한 신속히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합의안에 따르면 250억달러 가운데 70%는 무상 지원이다. 30%는 10년 만기 저금리 대출이다. 이 중 10%는 5년간 주식신주인수권 형태로 상환한다. 미 재무부가 항공사 주식 일부를 일정한 가격에 살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 정부는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지원과 별개로 항공업계의 영업 재개를 위해 250억달러에 이르는 융자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용유지 지원금을 항공사별로 보면 델타항공이 총 54억달러를 받게 되며 이 중 16억달러는 10년 만기 대출이다.

델타 측은 향후 5년간 매년 주식의 1%를 재무부가 주당 24.39달러에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주기로 했다. 델타항공 주가는 올해 초 주당 60달러에 달했다. 또 아메리칸항공은 58억달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32억달러를 지원받는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항공사들은 고용 유지 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오는 9월까지 근로자 일시해고가 금지되고, 내년까지 주주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다.

항공사 지원은 미국뿐 아니다. 중국은 6월 말까지 항공편을 유지하는 항공사에 비행 거리와 좌석 수 기준으로 좌석당 0.0528위안(약 9원)의 보조금을 준다. 예를 들어 중국 광저우와 미국 뉴욕 간 1만2852㎞ 구간에 361석을 갖춘 B777 항공기를 운항하는 남방항공은 한 번 왕복 운항에 49만위안(약 84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108조엔(약 1223조원) 규모의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을 확정했다.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 항공회사 등에 최대 2000억엔(약 2조2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은 올해 약 2조엔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민간 대출을 받는 데 일부 무담보 보증을 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만도 항공사를 대상으로 2조2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다. 호주는 세금 유예 등을 포함해 7억1500만호주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준비 중이고, 프랑스는 에어프랑스-KLM 측과 주식 매입부터 국유화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원안을 협의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기구는 “올해 세계 항공사들의 손실이 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항공사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에 30억유로(약 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아디다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50%가량 감소하는 등 현금흐름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이 항공사부터 스포츠용품업체에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간산업과 간판 기업을 보호하고 그에 딸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기업 잘못으로 발생한 손실이 아닌 만큼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메워준다는 취지다.

미국은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프로그램도 본격 시행하고 있다. 재무부는 소기업을 대상으로 3490억달러 대출 프로그램 가동에 들어갔고, 미 중앙은행(Fed)은 임직원 1만 명 이하 기업을 상대로 6000억달러 대출 지원에 나섰다.

뉴욕=김현석/베이징=강동균/일본=정영효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