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하며 커피 한잔…원두값 20% 급등
유럽, 미국 등지에서 커피 수요가 늘어나면서 커피 원두 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커피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세계 각국에서 ‘셧다운’으로 커피 공급이 차질을 빚자 대형 커피업체를 중심으로 원두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네슬레, JAB, 라바짜 등이 경쟁을 벌이면서 원두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뉴욕의 커피·설탕·코코아 거래소(CSCE)에서 고품질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2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지난 2월 초와 비교해 20%가량 상승한 것이다. FT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소비 감소 우려로 하락세를 보이던 커피 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며 “커피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커피 협동조합인 미나술은 올해 원두 60㎏짜리 상품을 40만 개가량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말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호세 마르코스 마갈레스 미나술 회장은 “올해 전체 글로벌 판매량은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 원두 생산국의 재고가 많지 않아 앞으로도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커피 가격은 2018년과 2019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많은 커피 재배농가가 생산을 포기했다. 세계 최대 농업은행인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분석가들은 연말까지 많은 커피 생산국에서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커피 소비량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상품 중개업체 마렉스스펙트론은 “가정 내 커피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체인점이나 식당에서의 커피 소비가 감소해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