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 표 주셔서 감사…'야당 변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
비대위원장 가능성 부인…'당 요청이 있으면 역할' 질문에 "아직 생각안해"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통합당의 4·15 총선 참패와 관련,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총선 결과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또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옳지 않은 길로 끌고 갔다고 본다"며 "하지만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 위기는 정부가 최대한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의 지적과 요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재건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여기 올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선거하는 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고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의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거 패인에 대해선 "선거 과정 속에서 좀 변화를 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변화하지 않은 게 결과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합당의 미진한 개혁·쇄신이 국민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또 "선거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당이 알아서 선거 패배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는 앞으로 통합당을 다시 일으킬 사람들이 잘 분석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부족한 변화'가 무엇인지 묻자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이 거쳐오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별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라며 "아무 변화를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 과정' 문제가 패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내가 논할 필요가 없다.

그건 사람들이 다 잘 아는 것이니까…"라고 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막판 공천 뒤집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번복 등 잇따른 파동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견이 진행된 통합당 대회의실에는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