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심폐소생술이 필요합니다. 교정 수술이 급한 게 아닙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젠 멈춰서기 직전인 경제를 살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에 밀려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기업부터 살려야 한다는 호소다.

경제단체들은 총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투표 당일 “21대 국회가 경제살리기에 전력을 다해달라”는 논평을 내는 것으로 절박함을 드러냈다. 개헌만 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의 출현으로 나타난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정부를 흔들기보다는 추락하는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간절함의 표현”이라고 경제단체 관계자는 말했다.

경제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엔 여당이 발의한 반기업 법안이 잔뜩 계류돼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명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모자회사에 대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21대 국회까지 유지된다면 이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권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정부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오해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날 인터넷 게시판엔 “코로나19로 폐업했지만 여당을 찍었다” “일자리 찾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들어도 민주당에 투표했다”는 자영업자와 취업준비생들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정부 정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장수를 교체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올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2%로 대폭 낮췄다. 경제의 근간인 기업 중 상당수는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는 하루 두 곳꼴로 문을 닫고 있다.

민주당이 축배를 들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당이 쓴 왕관이 한층 무거워졌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으려면 살릴 기업을 발 빠르게 지원하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