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는 ‘거대 양당 체제’가 강화되면서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돕겠다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게 됐다. 선거법 개정 당시부터 시작된 여야 갈등이 선거에서 보수·진보층 간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의 선택이 명확하게 갈렸다는 분석이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 미래통합당은 103석(미래한국당 포함)을 얻었다. 두 정당의 의석수는 총 283개로 전체 300개 의석 중 9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에서 두 당이 차지했던 의석비율(82%)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은 21대에서는 지역구 당선 없이 비례대표만으로 3석을 챙기는 데 그쳤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정의당도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등 6석으로 20대와 같은 의석을 받게 됐다.

거대 야당들이 비례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체제의 도입 취지가 퇴색한 데다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으로 촉발된 여야 갈등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지지층 간 격한 대립으로 이어진 것도 양당체제 강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던 것처럼 강력한 제3세력이 등장하지도 않아 여야 모두에 속하지 않은 부동층의 선택지가 부족했던 것도 양당체제 형성에 한몫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독점 체제가 됐기 때문에 일방적인 국회 운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대 국회의 바른미래당처럼 ‘중재’ 역할을 하던 제3의 원내 교섭단체도 사라져 민주당과 통합당이 사사건건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주요 사안에서는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진보 계열 소수정당과의 연대를 꾀해 추진력을 더 높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21대 국회는 사실상 1당 우위 체제 혹은 1.5당 체제”라면서 “기존의 정당 구도가 팽팽한 힘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대(大)를 주고 소(小)를 받는 등 새로운 형태의 협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