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학을 아시나요?
어쩌다 ‘공학’ 전성시대다. 본연의 과학기술 분야 외에도 사회공학, 경영공학, 도시공학, 환경공학, 우주공학, 인체공학…. 심지어 연애공학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공학이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꼭 필요한 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았으며 그만큼 친근하고 가까워졌음을 체감한다.

공학은 과학에 근거해 모든 문제에 접근하고 풀어가는 것을 말한다. 나는 평생을 공학자로 살면서 공학의 본질이 인류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안전하게, 건강하게, 스마트하게,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학’만큼 좋은 단어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1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공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오늘날까지 얼마나 숨 가쁘게 많은 것을 변화시켜왔는지 지금 각자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 하나만 봐도 그 모든 것이 설명될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공학’이 부정적인 의미로 잘못 쓰일 때도 많은데, 당혹스럽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정치권이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공학’이란 표현이 대표적이다. 뭔가 겉과 속이 다른 셈법이나 꼼수가 있는 것 같은 뉘앙스에,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원래 정치공학은 정치의 기능을 체계화하고,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적 방법을 뜻한다. 우리 사회가 ‘공학’을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을 더는 그만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 다른 ‘공학 전성시대’의 부작용은 많은 사람이 공학을 ‘마술(magic)’로 여긴다는 데 있다. 공학은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데, 공학이란 용어가 여기저기 남발되면서 마치 덮어놓고 뭔가 이뤄질 것 같은 ‘마술 주머니’ 정도로 여기는 환상을 갖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학의 실체에 다가가기보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은 공학과 점점 더 멀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할까.

공학은 철저히 과학기술의 기초 위에 세워진다. 우리가 공학으로 새로운 세상을 이루길 바란다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국가적으로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개인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스마트 시대를 발 빠르게 쫓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수준 높은 공학적 접근과 해결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과학기술과 공학의 발전이 현재의 인류를 어디까지 데려갈지 알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적어도 공학을 아느냐는 질문에 바르게 답할 수 있고, 공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지식의 작은 저장고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