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자 SNS 통해 훗날 기약…'눈길 끌기식' 당선·낙선 인사 자제
총선 승자·패자도 '낮은 자세'…세월호 6주기 차분한 보답 인사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친 4·15 총선 후보들은 16일 승패를 떠나 유권자 앞에 몸을 한껏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 위기라는 시국의 엄중함 탓에 당선인은 당선인대로 낮은 자세로 감사 인사를, 낙선자는 낙선자대로 차분히 훗날을 기약하는 마음을 전했다.

유세차를 이용한 당선자들도 세월호 6주기를 고려해 최대한 차분하면서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예년처럼 다음 총선을 겨냥해 유권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이색 당선·낙선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총선 승자·패자도 '낮은 자세'…세월호 6주기 차분한 보답 인사
9년의 정치 공백을 딛고 강원 '원주갑' 선거구에 출마해 승리한 '친노(노무현) 그룹'의 핵심 인사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당선인은 '원주를 땀으로 적시겠습니다'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원주시청 사거리에서 홀로 당선 인사를 했다.

이 선거구는 노무현·이명박 전직 대통령들의 대리전으로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당선인과 맞붙어 석패한 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MB(이명박)맨' 미래통합당 박정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응원과 질책 모두 가슴에 새기겠다"고 낙선 소감을 밝혔다.

'춘천갑' 선거구 민주당 허영 당선인은 당선 인사 대신 세월호 6주기 추모 묵념을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 이후 2천193일째입니다.

오후 4시 16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의 묵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허 당선인은 통합당 김진태 후보를 상대로 새벽까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김 후보의 3선을 저지하고 30년 만에 '보수의 텃밭' 춘천에 진보의 깃발을 꽂았다.
총선 승자·패자도 '낮은 자세'…세월호 6주기 차분한 보답 인사
부산지역 주요 당선인들도 차분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통합당 후보와 초접전을 펼치며 간신히 의원직 자리를 지킨 민주당 3인방인 남을 박재호, 사하갑 최인호, 북강서갑 전재수 당선인은 민주공원 충혼탑과 봉하마을 참배 등 단체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대신 개별적으로 지역 주민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부산진갑 미래통합당 서병수 당선인은 이날 오전 핑크 소형 트럭에 올라 지역구 곳곳을 3시간 동안 누비며 당선 인사를 했다.

충북 8개 선거구 당선인들은 자신의 선거구 곳곳을 유세차로 돌면서 유권자들에게 보답 인사를 했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은 청주 사직동 충혼탑을 참배하기도 했다.
총선 승자·패자도 '낮은 자세'…세월호 6주기 차분한 보답 인사
대구 수성을 선거구에서 승리한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은 이날 오후 두산오거리에서 당선 인사를 겸한 '홍준표의 정치 버스킹' 행사를 한다.

정치 버스킹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수성못에서 하다가 막판 선거운동을 위해 중단한 행사다.

낙선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지지에 대한 감사와 반성의 마음을 전하며 훗날을 기약했다.

'6전 7기'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청주 서원 선거구 통합당 최현호 후보는 페이스북에 머리 숙여 인사하는 사진과 함께 "낙선, 죄송합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올립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선거구에서 낙선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후보는 "지역의 미래, 정치의 미래를 앞당기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저는 또 걸으며 새로운 내일을 만들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릉 선거구 민주당 김경수 후보도 페이스북에 "6년 전 오늘 4월 16일을 잊지 않겠다.

오늘 하루만 쉬고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겠다"며 재도전의 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4선에 도전한 무소속 권성동 후보와 두 번째 리턴매치를 벌였으나 이번에도 권 당선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승형 심규석 전창해 김재홍 이재현 기자)
총선 승자·패자도 '낮은 자세'…세월호 6주기 차분한 보답 인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