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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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주가연계증권(ELS)과 유동화증권 등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이 불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특별대출로 증권사들이 한 숨을 돌릴 것이라고 봤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기업어음(CP) 발행금액은 6조3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1조8800억원 대비 4조4240억원(235.3%) 급증한 것이다.

지난달 CP를 발행한 증권사들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의 발행금액이 1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월 발행금액(500억원)보다 26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조100억원) 미래에셋대우(1조원) 하나금융투자(6050억원) 삼성증권(3700억원) 등의 순이었다.

CP 발행이 늘어난 것은 자금 경색 우려가 커져서다. 증권사들은 ELS 운용과 위험회피(리스크 헤지)를 위해 증거금을 내고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해외 거래소에서 대규모 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마진콜)가 발생했다.

ELS 뿐만 아니라 유동화증권 시장도 삐꺽거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부동산 PF 시행사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왔다.

통상 유동화증권은 3개월마다 차환(롤오버)된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들이 직접 사들여야하는 약정이 맺어져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관련 유동화증권 투자 분위기가 꺾였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실물경제 침체 가능성, 국제유가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ELS의 기초자산인 해외 지수가 급락했다"며 "이에 따라 마진콜이 발생했고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또 "지난달 말부터 일부 증권사가 유통되지 못한 유동화증권을 내부 자금을 통해 매입했다"며 "롤오버 금리가 급등한 점도 증권사들의 유동성에 잠재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놓은 방안이 증권사들의 '돈맥경화'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 최대 10조원을 대출해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놓은 제도는 증권사 유동성 위험을 완화할 것"이라며 "향후 금융시장과 한도소진 상황에 따라 연장이나 증액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송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