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확산되면서 대학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화여대 인근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확산되면서 대학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화여대 인근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4월이 되면 학생들이 돌아와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건국대가 1학기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서 이제 더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화양동 A카페 주인)

서울 주요 대학가 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학기 온라인 강의를 하는 대학이 늘면서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가뜩이나 타격이 큰데 대학 캠퍼스까지 수개월 동안 비게 되면서 하루 매출이 ‘제로(0)’인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주요 대학 중 1학기 온라인 강의 계획을 밝힌 곳은 이화여대, 서강대, 숭실대, 건국대 등이다. 이화여대가 지난 1일 가장 먼저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대,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건국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식당 전용면적 66㎡의 월평균 매출은 한때 4000만원 정도였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건국대의 온라인 강의 결정으로 지난달에는 10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월 임차료가 1000만원 수준이어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더하면 사실상 적자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이 상태로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근 상권에서는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 앞 옷가게들은 최근 하루건너 하루꼴로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매출이 있는 날도 2만~3만원뿐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원을 웃돌았던 곳들이다. 한 이화여대 앞 옷가게 주인은 “이곳에서 30년 동안 옷 장사를 했는데 이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며 “오는 6월까지만 영업하고 장사를 그만둘 계획”이라고 했다.

서강대 인근 상권은 서강대 학생에게 의존하는 매출이 30%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하지만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서강대 정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원래 3~4월은 학생들의 대규모 개강파티 등으로 매출이 뛰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이 같은 ‘개강 특수’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학가 상가들의 권리금도 사라지고 있다. 건국대, 서울대, 이화여대 상권에서는 ‘무권리금’을 내걸고 임대에 나서는 상가가 늘고 있다. 건국대 인근 화양동 G공인 관계자는 “전용 50㎡ 점포 기준으로 원래 권리금은 4억~5억원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2억~3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없는 무권리 점포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는 지난달까지 권리금이 1억원이던 전용 300㎡ 식당이 무권리 임대 매물로 나왔다. 공실 상황이 장기화되자 기존 세입자가 권리금을 포기한 것이다. 봉천동 B공인 관계자는 “서울대도 1학기를 전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어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숭실대 상권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상도동 S공인 관계자는 “상가 임대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어 상인들이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들도 비상이 걸렸다. 건국대, 이화여대, 숭실대 등 대학가 상권에서는 임차인들이 단체로 건물주에게 10~20%가량의 임차료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대현동 A공인 관계자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건물주들이 임차료 할인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