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에서는 올해 사상 최악의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80만9975대로 전년 동기(95만7402대) 대비 15.4% 감소했다. ‘수출절벽’이 시작되는 2분기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주행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운 신차, 수소경제 활성화, 소비자 맞춤 프로그램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를 공개했다. 깜빡이를 켜면 차로를 스스로 바꾸는 기능과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등 최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현대차는 올해 2만4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계약 대수는 출시 3개월 만에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현대차는 ‘유어 제네시스’ 프로그램이 GV80 인기를 더욱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유어 제네시스는 소비자가 차량을 주문할 때 원하는 개별 사양을 모두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엔진과 구동 방식은 물론 색상과 옵션 등도 고를 수 있다. GV80는 사양을 선택해 최대 10만4000종류(색상 제외)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지난달 나온 신형 G80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첫날 2만2000여 대가 계약됐을 정도다.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도 하루 만에 1만 대 이상이 사전 계약됐다.
기아차는 지난달 4세대 쏘렌토를 내놨다. 사전 계약 기간 2만6000여 명이 차량을 구매하겠다고 신청했다. 지난해 쏘렌토 월평균 판매량(약 4300대)의 여섯 배 수준이다. 지난해 2월 미국시장에 나온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자동차업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2020 세계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다.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단순히 수소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제품에 넣을 수 있는 연료전지시스템을 팔고 나아가 수소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최대 상용차 엔진 업체인 커민스와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올해는 커민스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수출할 계획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선박 및 철도 업체에도 시스템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2030년에는 연간 2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판매하는 게 현대차 목표다.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소비자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6년부터 ‘현대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차량 출고 후 한 달 내 마음이 바뀌면 다른 모델로 바꿔주는 ‘차종 교환’ △출고 후 1년 내 사고를 당하면 동일 모델 신차로 바꿔주는 ‘신차 교환’ △출고 후 차량 할부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타던 차량으로 잔여 할부금을 대신하는 ‘안심 할부’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말까지 현대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활용해 차량을 교환하거나 반납한 소비자는 1000명이 넘는다.
기아차는 중고차 가격 보장을 통해 구매 후 5년까지 신차로 교환할 수 있는 ‘기아 VIK 개런티’ 프로그램을 지난해 시작했다. 소비자 보유 차량이 경매를 통해 최고가로 판매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중고차 가격을 5년까지 보장하는 내용이다. 21만여 명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비스협력회사를 위해 총 22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현대차의 서비스협력사인 블루핸즈 1374곳과 기아차 협력사 오토큐 800곳을 대상으로 3~5월 가맹금을 감면한다. 현대차그룹은 부품 협력사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