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재건축, 보유세 완화 힘들다 판단…"팔아달라" 매도 전환
5월말 잔금 조건 절세매물이 대다수…코로나 주춤하자 매수문의도 증가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늘고 있다.

집주인들이 앞서 시장에 내놨던 양도소득세·보유세 절세 매물의 호가를 추가로 더 낮추는가 하면, 총선 결과를 보고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다주택자들의 실망 매물도 나왔다.

반대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데다 총선 이후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매수 대기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중개업소에는 집을 빨리 팔아달라는 집주인과 급매물을 찾는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
"총선 여당 압승, 규제 완화 없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 강남 3구, 여당 압승에 호가 낮춘 급매 늘어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 투자수요가 많았던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총선 이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했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면서, 6월 1일 자로 과세되는 보유세를 내지 않기 위해 5월 말까지 잔금과 소유권 이전을 마치는 조건의 절세 매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수자가 나서면 하루 만에 수천만 원씩 가격 조정을 해주기도 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총선 이후 1층은 17억5천만원, 3층 17억8천만원, 중층은 18억원 선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12월 최고 21억5천만원, 지난달 초에는 2층이 19억5천만원에 팔린 것에 비해 2억∼3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총선 결과를 보고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다주택자가 여당의 압승을 보고 매물을 내놨다"며 "앞으로도 보유세 강화, 재건축 규제 등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매각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5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이 총선 전 19억5천만원에 나왔다가 총선 후 집주인이 다시 19억2천만원으로 3천만원을 더 낮췄다.
"총선 여당 압승, 규제 완화 없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총선 결과를 보고 집주인이 빨리 팔아달라며 주말에 가격을 추가로 조정해서 내놓은 것"이라며 "매물 자체가 많진 않은데 확실히 총선 이후 매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와 전용 82㎡는 지난 18일 각각 18억3천만원, 20억2천만원에 '급급매물'이 나왔다.

이달 초보다 5천만∼7천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5월 말 잔금 조건으로 내놓은 초급매물"이라며 "총선 결과를 보고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의 규제는 물론 재건축 인허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엘스·리센츠 등 일반 아파트 단지에도 다주택자들이 총선 이후 기존에 내놨던 매물의 호가를 더 낮추는 분위기다.

엘스 전용 84㎡ 로열동·로열층의 한 매물은 집주인이 당초 5월 말 잔금 조건으로 19억8천만원에 내놨던 것인데 총선 후 19억3천만원으로 5천만원 조정했다.

리센츠 전용 84㎡도 저층은 17억5천만원, 로열층은 19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총선 후 추가로 신규 매물이 나온다기보다 기존 매물의 가격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5월 말 잔금까지 한 달 반도 남지 않아서 집주인들이 다급해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총선 여당 압승, 규제 완화 없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저층 급매물은 28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한강 조망이 뛰어난 로열동, 로열층의 호가는 여전히 34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로열층에선 30억원 이하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아파트 비로열동 저층은 이달 7일 집주인이 26억8천만원으로 금액을 낮추자 순식간에 팔리기도 했다.

5월 말 잔금 납입 조건이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일대는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재건축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역시 5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 가격이 추가로 하락했다.

목동 신시가지 3, 5, 6단지 전용 64∼65㎡는 12억5천만∼13억5천만원,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층에 따라 14억2천만∼15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5월 말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이 잔금 지급일이 촉박해지자 기존 매물의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절세 매물은 거의 다 나온 상태라 추가로 급매물이 더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도강'도 급매 중심 거래…'금관구'는 온도차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최근 코로나 영향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노원구 월계동 월계풍림아이원 전용면적 84㎡는 지난 16일 2층이 7억2천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일 3층이 7억3천9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1천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동향 매물의 경우 집주인이 7억5천만원에 매물을 내놨다가 며칠 전 2천만원 낮춘 7억3천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총선 여당 압승, 규제 완화 없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강북구 번동 주공4단지도 총선 직후인 16일 전용 76㎡ 8층이 4억9천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말 같은 층이 5억원에 팔린 것에 비해 1천만원 정도 낮은 금액이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처럼 집값이 비싼 곳이 아니어서 집주인 사정으로 급한 경우에 한해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싼 급매물이 나온다"고 했다.

최근 서울 서남부의 저평가 지역으로 관심을 끌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일대 아파트는 단지별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달 6억7천700만원에 팔렸는데 총선 직후인 이달 16일에는 이보다 3천만원 낮은 6억4천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에 비해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1단지 전용 59㎡와 84㎡는 총선일인 지난 15일 직전 거래가보다 각각 600만원, 5천만원 가량 오른 5억2천600만원, 6억2천400만원에 각각 거래 신고가 이뤄지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 "급매물 있나요", 코로나 주춤하자 매수 문의도 늘어…'똘똘한 1채' 선호도
이처럼 총선 이후 급매물이 증가한 가운데 일부 지역은 대기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도 늘어난 분위기다.

대부분 '급급매물'만 찾아 쉽게 거래가 되진 않지만, 고가주택은 대출이 막히다 보니 높은 금액에 전세가 끼어 있거나 동호수가 좋은 것들은 곧바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 추이를 보이는 것도 매수자들의 문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강동구 번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 영향으로 약 3주 정도 거래가 소강상태였는데 총선 이후 코로나 확진자 감소세가 뚜렷해서인지 다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구 백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수세가 거의 없었는데 총선 이후 확실히 매수 대기자들이 나서는 분위기"라며 "코로나 추이가 다소 잠잠해지면서 집을 보러 나오겠다며 (매수자들로부터) 연락이 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총선 여당 압승, 규제 완화 없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강남권에도 총선 이후 거래는 많지 않지만 급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가격을 좀 더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한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급매보다 1억원 정도 낮은 금액이면 사겠다며 가격을 흥정하는 매수자들이 늘었다"며 "일부는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아예 관망하는 한편, 일부는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이 지나면 급매물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이번 기회에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집값 하락기를 틈타 '똘똘한 1채'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양도소득세·보유세가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다 보니 비인기지역의 주택들 정리하고 인기지역의 집 1채로 갈아타겠다는 것이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강북의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등을 정리한 돈으로 강남의 아파트를 사두겠다는 30∼40대 젊은 층들이 꽤 있다"며 "일단 전세를 끼고 급매물을 사두고, 좀 더 자금을 모아 몇 년 뒤 입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목동에는 최근 대형 아파트 문의가 늘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시가지 3단지의 경우 전용 153㎡의 큰 평수가 23억∼24억원에 나오다 보니 대형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껴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실거주도 하면서 추후 재건축이 되면 '1+1'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