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이 오는 21일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이날 한국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5억달러(6000억원)를 대출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출전환이 성사되면 두산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수은은 방문규 수은 행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21일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 대출전환에 대한 안건을 심의한다고 19일 밝혔다. 안건의 세부 조건은 두산중공업과 협의해 작성한다. 수은 관계자는 “확대여신위원회는 중요 안건이 있을 때 열리는 비정기적 회의”라며 “대부분 당일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은 두산중공업이 상반기 중 갚아야 하는 차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급보증을 선 수은에 이 채권을 대신 갚아준 뒤 대출로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수은은 대출전환을 받으려면 두산에서 이에 상응하는 유동성을 확보해야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두산그룹은 이에 따라 ㈜두산 자회사인 두산솔루스를 매물로 내놨다. 중견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협상을 벌였지만 최근 결렬돼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다. 두산 측은 두산솔루스 가치를 1조5000억원 가량으로 보고 지분 61%를 8000억원~1조원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수은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출전환을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출전환을 하지 않으면 추가 채권을 발행해야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은 내부에서도 대출전환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과 수은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최근 제출한 자구안(재무구조 개선계획)을 검토해 다음달 초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두산그룹 전반에 대한 실사도 벌이고 있다. 자구안에는 가능한 모든 자산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 외에도 두산메카텍, ㈜두산 산업용차량(지게차)·전자부문, 두산중공업 인도법인 등이 매물로 거론된다. 그룹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 삭감, 복지예산 감축 등 비용절감 방안도 자구안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이번에 채권이 대출로 전환되면 상반기 돌아오는 차입은 모두 상환하거나 상환 유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채권단에서 지원해준 한도대출 1조원 중일부와 자체 현금으로 상반기 총 1조원 가량 차입을 갚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4조2000억원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두고 두산과 채권단 사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처음 지원한 1조원보다 많은 금액을 추가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빈/임현우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