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삼성전자의 TV와 가전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공장 직원들이 TV를 조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4월 들어 삼성전자의 TV와 가전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소비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영향이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공장 직원들이 TV를 조립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번달(1~15일) 삼성전자의 TV·생활가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주요 판매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현지 오프라인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은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실적 감소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업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2분기(4~6월) 실적 절벽’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15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줄었다. VD사업부는 TV, 생활가전사업부는 건조기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판매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생활가전은 약 50%, VD는 5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며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팔아야할 시기에 코로나19가 확산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에서 제품 모델별로 적게는 10%, 크게는 50% 이상 판매량이 뚝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해외 매출 비중은 작년 기준 63.5%다.

삼성·LG전자 TV와 가전의 주력 판매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지난달 하순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영향이 크다. 미국 전역에 1009개 가전 매장을 둔 베스트바이는 지난달 23일부터 영업시간 단축, 입장객 제한을 통해 사실상 ‘오프라인 휴업’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850여개 매장을 폐쇄했었던 유럽 최대 가전 판매점 미디어막트도 현재 영업은 재개했지만 개장 시간을 하루 6시간 정도로 단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선 TV·가전의 70% 정도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린다”며 “물건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있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닫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오프라인 마케팅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쪽으로 눈을 돌렸지만 ‘돌파구’가 잘 안 보인다는 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본사에서 온라인 마케팅 강화 전략을 짜내서 전달해도 해외 법인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루에 수백명씩 코로나19 사망자가 생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외 법인이 ‘시끌벅쩍하게’ 홍보를 하겠냐”며 “영업 전략이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지 가전·TV 공장의 생산중단 결정도 사실상의 '감산'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어차피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재고가 쌓이고 있으니 '임직원 건강' 등을 앞세워 선제적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지 정부 방침에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해 가동 중단이나 재개 등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판매가 급격하게 꺾이면서 증권사들도 속속 2분기 가전, TV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가 속해있는 CE(소비자가전)부문의 2분기 전망치를 지난 1월말 5620억원에서 현재 312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710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81.1% 크게 낮췄다.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실적 하락세를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샘플 제작비, 소모품 구입비 등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LG전자 역시 사업계획을 월 단위로 재점검하고 특근·야근 금지, 연차소진 권장 등을 권유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재난 앞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답답하다”며 “위기 상황에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황정수/송형석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