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곤충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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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곤충의 습격](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AA.22399682.1.jpg)
곤충 가운데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메뚜기 떼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메뚜기 떼가 곡식을 갉아먹어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올해도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덮친 메뚜기가 경작지를 초토화시켰다. 약 4000억 마리가 하루에 3만5000명 이상의 식량을 먹어치우며 150㎞씩 이동해 중국까지 침범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번 메뚜기 떼 출현은 최근 25년 사이 최악의 상황”이라며 “아프리카 돼지열병 이후 최대 식량재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메뚜기 떼 퇴치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를 뿐이다. 중국은 인근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메뚜기의 천적인 오리 10만 마리를 투입했다. 그러나 더운 날씨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미국 작가 펄 벅의 소설 《대지》에 중국 농촌이 메뚜기 떼의 습격을 받아 황무지로 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도 장대를 휘두르거나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인들은 예부터 메뚜기 떼의 출몰을 황제와 탐관오리에 대한 ‘하늘의 벌’로 여겼다. 메뚜기를 벌레 충(蟲)과 임금 황(皇) 자를 써 ‘황충(蝗蟲)’이라고 불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