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미국이 '코로나 블랙홀'에 갇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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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험 미가입 2800만 명
병원비 비싸고 병상 태부족
계층 간 의료불평등도 '최악'
그 허약한 틈새로 코로나 창궐
최대 피해국 오명 뒤집어쓴 美
'잘못을 교정하는 능력' 발휘하길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병원비 비싸고 병상 태부족
계층 간 의료불평등도 '최악'
그 허약한 틈새로 코로나 창궐
최대 피해국 오명 뒤집어쓴 美
'잘못을 교정하는 능력' 발휘하길
박종구 < 초당대 총장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국으로 전락했다. 미증유의 보건위기 뒤에는 워런 버핏이 ‘촌충’으로 표현했던 취약한 의료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17.9%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의료를 사적 영역으로 취급해 민간 의료보험에 주로 의존한다. 그런데 보험 미가입자가 2800만 명이 넘어 미가입 비율이 8.8%에 달한다. 이들은 높은 의료비 탓에 발열 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4인 가족보험의 자기부담금이 평균 5300달러나 된다. 병원 간 합병과 경쟁으로 수익성 제고에 목을 맨다. 비영리 병원의 무료 진료도 대폭 줄었다.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2005~2015년 사이 93% 급증했다. 비용 절감 요인 때문인지 인구 1000명당 병상 수가 2.8개에 불과해 한국 12.3개, 독일 8개, 프랑스 6개와 크게 대비된다. 의료수가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프랑스에서 1만1000달러인 고관절 치환 수술비가 4만달러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도 영국에 비해 세 배가량 비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불합리하고 가혹하다”고 혹평하는 이유다.
제약회사의 이윤 추구는 도를 넘었다. 옥시콘틴,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과다 사용 뒤에는 제약회사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쉽게 살 수 있어 중독자가 속출한다. 헤로인보다 중독성이 강한 펜타닐 상습 복용으로 흑인 사망률이 급증했다. 마약류 복용은 음주, 자살과 함께 절망의 죽음(deaths of despair)의 주요 원인이다. 옥시콘틴을 생산하는 제약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은 미국 유수의 거부다. 2017년 상위 10개 제약회사 CEO의 연봉은 1800만~3800만달러에 달한다. 정치권 로비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제약회사가 부담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미국 사회의 계급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가운데 근로자가 주로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은 코로나 불평등을 상징한다. 저소득층은 재택근무가 어렵고 자택 대피가 힘든 일자리에 다수 종사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와 조너선 로스웰에 따르면 하위 60% 소득계층은 35~42%가 재택근무를 하는 반면 연봉 18만달러 이상 상위 20%는 71%가 재택근무 혜택을 누린다. 디지털 취약 계층인 65세 이상 노인의 4분의 1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지역, 계층에 따라 피해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고통의 불평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근로계층 밀집 주거지인 뉴욕의 브루클린, 퀸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흑인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백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험 가입률이 낮고 천식, 호흡기 질환 같은 기저질환 비율이 높으며 생활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는 흑인 비중이 28%이지만 사망자 비율은 80%를 넘는다. 흑인이 3분의 1인 루이지애나주도 흑인 사망자 비율이 70%나 된다. 상위 1분위 계층은 90%가 유료 병가 혜택을 받는 반면 하위 4분위 계층은 47%만이 해당된다.
빈약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개인주의 이념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국가의 사회보호 정책 기능이 약화됐다. 소득 대비 사회보호 예산 비중이 주요국보다 떨어진다. 자치단체 보건직 공무원이 2008~2017년 5만 명 줄었다. 감염병 전문가, 연구원 등이 부족해 뉴욕, 미시간, 뉴저지가 지역 감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N95 마스크, 인공호흡기, 의료용 방호복 같은 의료장비가 심각한 품귀 현상에 빠진 것도 세계화 흐름 속에서 비용 최소화에 주력한 기업의 자업자득이다. 팬데믹(대유행)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 초기 방역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오도 적지 않다. 극심한 불평등과 승자 독식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자리에 팬데믹이 침투한 꼴이다. 허약해진 행정 시스템, 적나라한 계급 간 양극화로 미국 사회가 블랙홀에 빠졌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A 토크빌은 일찍이 미국이 위대한 것은 잘못을 교정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뛰어난 국가 복원력으로 현재의 보건 위기를 극복할 것을 기대한다.
제약회사의 이윤 추구는 도를 넘었다. 옥시콘틴,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과다 사용 뒤에는 제약회사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쉽게 살 수 있어 중독자가 속출한다. 헤로인보다 중독성이 강한 펜타닐 상습 복용으로 흑인 사망률이 급증했다. 마약류 복용은 음주, 자살과 함께 절망의 죽음(deaths of despair)의 주요 원인이다. 옥시콘틴을 생산하는 제약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은 미국 유수의 거부다. 2017년 상위 10개 제약회사 CEO의 연봉은 1800만~3800만달러에 달한다. 정치권 로비 비용의 절반 이상을 제약회사가 부담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미국 사회의 계급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가운데 근로자가 주로 이용하는 뉴욕 지하철은 코로나 불평등을 상징한다. 저소득층은 재택근무가 어렵고 자택 대피가 힘든 일자리에 다수 종사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리브스와 조너선 로스웰에 따르면 하위 60% 소득계층은 35~42%가 재택근무를 하는 반면 연봉 18만달러 이상 상위 20%는 71%가 재택근무 혜택을 누린다. 디지털 취약 계층인 65세 이상 노인의 4분의 1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다. 지역, 계층에 따라 피해가 상이하게 나타나는 고통의 불평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근로계층 밀집 주거지인 뉴욕의 브루클린, 퀸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흑인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백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험 가입률이 낮고 천식, 호흡기 질환 같은 기저질환 비율이 높으며 생활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는 흑인 비중이 28%이지만 사망자 비율은 80%를 넘는다. 흑인이 3분의 1인 루이지애나주도 흑인 사망자 비율이 70%나 된다. 상위 1분위 계층은 90%가 유료 병가 혜택을 받는 반면 하위 4분위 계층은 47%만이 해당된다.
빈약한 공공의료 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개인주의 이념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 속에서 국가의 사회보호 정책 기능이 약화됐다. 소득 대비 사회보호 예산 비중이 주요국보다 떨어진다. 자치단체 보건직 공무원이 2008~2017년 5만 명 줄었다. 감염병 전문가, 연구원 등이 부족해 뉴욕, 미시간, 뉴저지가 지역 감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N95 마스크, 인공호흡기, 의료용 방호복 같은 의료장비가 심각한 품귀 현상에 빠진 것도 세계화 흐름 속에서 비용 최소화에 주력한 기업의 자업자득이다. 팬데믹(대유행)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 초기 방역에 실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오도 적지 않다. 극심한 불평등과 승자 독식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진 자리에 팬데믹이 침투한 꼴이다. 허약해진 행정 시스템, 적나라한 계급 간 양극화로 미국 사회가 블랙홀에 빠졌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A 토크빌은 일찍이 미국이 위대한 것은 잘못을 교정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뛰어난 국가 복원력으로 현재의 보건 위기를 극복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