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골프장 코스를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로 인정했다. 저작권자는 골프장 사업주가 아니라 설계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경기 포천의 컨트리클럽 A사 등 골프장 세 곳이 스크린골프 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B사는 2008년 이들 골프장을 항공 촬영한 뒤 그 사진을 토대로 해당 골프장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B사는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스크린 골프장에 설치하거나 다른 스크린 골프장에 팔았다. A사 등은 “허락 없이 골프장 코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골프장 코스를 저작물로 볼 수 있는지, A사 등이 저작권자인지 등이 재판 쟁점이 됐다. 1심은 골프장 코스를 저작물로 보고 이를 무단으로 베낀 B사에 14억20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골프장의 경우 연못이나 홀의 위치와 배치, 골프 코스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골프장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저작권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골프 코스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저작권은 A사 등 골프장 사업자가 아니라 골프 코스의 설계자에게 있다고 판단해 사업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B사 행위는 A사 등의 성과물을 무단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3억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3차원(3D) 골프코스 영상을 제작·사용한 행위는 피고의 영업을 위해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원심을 확정했다. 사업주의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는 A사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기각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