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 "놀라운 시민정신과 의료진 헌신이 대구·대한민국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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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의료계 '11년 협력' 큰 역할
31번 확진자 나온 직후 전수조사
신천지 유증상자 3일 만에 파악
대구-의료계 '11년 협력' 큰 역할
31번 확진자 나온 직후 전수조사
신천지 유증상자 3일 만에 파악
“대구의 코로나19 방역모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대구에서 막아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대구 시민정신과 메디시티 대구의 의료 저력, 국민과 전국 의료진이 보여준 배려와 연대, 헌신 덕분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역 한류’의 출발지로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대구형 방역모델의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권 시장은 “놀라운 시민정신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극복해가고 있지만 생명이라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른 전쟁이었다”며 “제2의 대유행을 막고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방역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데 다시 한번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으로만 알았던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면서 ‘대구형 방역모델’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왔나.
“신천지 신도 1만여 명 가운데 유증상자 1243명을 3일 만에 파악했다. 집단감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드라이브 스루와 이동 검진을 통한 대량 전수조사, 대구시의사회의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의 분리를 통한 의료자원 관리는 대구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코로나19 대응들이다. 이런 모델이 나온 데는 2009년부터 11년 동안 대구시와 의료계가 운영해온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협의회 구성원들의 창의적 대응과 노력, 헌신 덕분이다. 방역당국 홀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대구시의사회, 치과의사회, 간호사회 등 직능단체와 10개 병원 등이 매달 교류하면서 의료시스템과 의료산업을 키워왔다. 공공의료만으로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대구시와 민간 공공의료 간의 신뢰와 협력이 재난을 극복하는 바탕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찌감치 ‘대구의 힘만으로 막기 어렵다’며 의료진과 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당시 정부의 반응은.
“2월 20일 하루 확진자가 23명 발생하자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은 확진자 수를 6000~1만 명으로 예상했다. 이때부터 정부에 3000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당시 정부 대책회의를 들어가니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구시장이 처음 큰일을 당해 마음이 급한 것 같은데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현장과 정부의 판단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감염내과와 예방의학과 교수들로 이뤄진 비상대응자문단이 2월 18일 바로 구성됐다. 이렇게 빨리 민관 협력체제를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이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쌓은 경험과 신뢰가 바탕이 됐다. 대구시는 당시 메르스의 유행·확산·확진자 발생 등 3단계별 대책본부를 민관과 함께 운영했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의 감염내과와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확진자 발생 첫날부터 모였다. 정부는 2월 23일 코로나 대응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했지만 우리는 이미 2월 20일부터 심각단계를 선언했다. 대구시의 초기 대응은 정부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컨트롤타워에서 모두 나왔다. 대구시는 2015년 9월 당시 경험과 교훈을 담은 210쪽에 달하는 메르스 백서를 이들과 함께 발간했다. 메르스와는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었지만 초기에 허둥대지 않고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신천지 집단감염 발생 후 대대적인 전수조사로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보도를 내놨다. 신천지 신도 1만여 명에 대한 대량 전수조사는 어떻게 가능했나.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바로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고 신천지 신도 1만 명에 대한 전화조사를 통해 1243명의 유증상자를 3일 만에 가려냈다. 비상대응본부에서 확진자가 나온 첫날 밤 신천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신천지 교회시설을 즉각 폐쇄하고 집회도 중단시켰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면 대구와 전국 확산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우리와 세계 언론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이 같은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신천지 신도다’, ‘신천지에 대한 대응이 약했다’는 억측이 끊이지 않았다.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적을 먼저 알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당시 정체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또 하나는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신천지 신도들이다. 그들도 정확히 알아야 했다. 신분을 드러내길 꺼리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초기 강경정책을 쓴다면 이들이 다 숨어버릴 것이라는 수사기관과 의료계의 건의를 100% 존중했다. 압수수색이나 행정조사가 겉으로 보기에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방역적 관점에선 도움이 안 된다. 가장 강력한 대응은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내 격리 치료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방역과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결국 대구의 판단이 옳았고 세계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대구의 성숙한 시민정신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된 세계에 대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는 대구시민의 날(2월 21일)을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38년 만에 바꾼 대구시민의 날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기념일인 2월 28일까지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하고 많은 행사를 계획했다. 모든 기념행사가 취소됐지만 대구시민들은 놀라운 시민정신을 발휘했다. 유럽 미국 등 세계 많은 국가가 통제조치를 했지만 우리는 ‘자발적 봉쇄’를 선택함으로써 도시를 통제하지 않았다. 결국 대구시민이 코로나19를 대구에서 막아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제는 장기전에 접어든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위해 시민이 주체가 된 생활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범시민대책본부도 구성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한 대구 시민정신이 자랑스럽다.”
▷대구시민들의 자발적 봉쇄에 많은 국민이 공동체적 연대를 보여줬다.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에 전국의 의료진이 생업을 접고 달려왔다. 환자들의 이송을 책임져준 구급대원들에게는 큰절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직업 계층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의 고통을 국민의 고통으로 함께 느끼고 공동체적 연대를 보여준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큰 재난 상황에 대처하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책임 공방과 함께 비난도 많았다.
“큰 재난 시에 원인 규명은 필요하지만 책임 공방은 바보 짓이다. ‘중국을 못 막았다’ ‘신천지 대응이 잘못됐다’ 등등. 초기부터 책임 공방으로 가는 걸 보고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나쁜 정치다. 처음부터 정치적 생각을 일절 안 했다. 끝까지 방역적 관점에서만 사태를 다뤘다. 적극 행정을 펼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대구에 전국 환자 70%가 집중돼 공무원들의 고생도 많았다. 정부가 적극 행정에 대해 면책을 이야기했지만 안 믿는 공무원이 많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문화를 바꾸려면 코로나19 이후의 감사가 달라져야 한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악습은 되풀이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방역 한류’의 출발지로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대구형 방역모델의 비결을 이렇게 소개했다. 권 시장은 “놀라운 시민정신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극복해가고 있지만 생명이라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른 전쟁이었다”며 “제2의 대유행을 막고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방역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데 다시 한번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으로만 알았던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면서 ‘대구형 방역모델’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왔나.
“신천지 신도 1만여 명 가운데 유증상자 1243명을 3일 만에 파악했다. 집단감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드라이브 스루와 이동 검진을 통한 대량 전수조사, 대구시의사회의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 중증환자와 경증환자의 분리를 통한 의료자원 관리는 대구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코로나19 대응들이다. 이런 모델이 나온 데는 2009년부터 11년 동안 대구시와 의료계가 운영해온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역할이 컸다. 협의회 구성원들의 창의적 대응과 노력, 헌신 덕분이다. 방역당국 홀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대구시의사회, 치과의사회, 간호사회 등 직능단체와 10개 병원 등이 매달 교류하면서 의료시스템과 의료산업을 키워왔다. 공공의료만으로 전쟁을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대구시와 민간 공공의료 간의 신뢰와 협력이 재난을 극복하는 바탕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찌감치 ‘대구의 힘만으로 막기 어렵다’며 의료진과 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당시 정부의 반응은.
“2월 20일 하루 확진자가 23명 발생하자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은 확진자 수를 6000~1만 명으로 예상했다. 이때부터 정부에 3000병상 확보를 요청했다. 당시 정부 대책회의를 들어가니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구시장이 처음 큰일을 당해 마음이 급한 것 같은데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현장과 정부의 판단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감염내과와 예방의학과 교수들로 이뤄진 비상대응자문단이 2월 18일 바로 구성됐다. 이렇게 빨리 민관 협력체제를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이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쌓은 경험과 신뢰가 바탕이 됐다. 대구시는 당시 메르스의 유행·확산·확진자 발생 등 3단계별 대책본부를 민관과 함께 운영했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학의 감염내과와 예방의학 전문가들이 확진자 발생 첫날부터 모였다. 정부는 2월 23일 코로나 대응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했지만 우리는 이미 2월 20일부터 심각단계를 선언했다. 대구시의 초기 대응은 정부 지원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컨트롤타워에서 모두 나왔다. 대구시는 2015년 9월 당시 경험과 교훈을 담은 210쪽에 달하는 메르스 백서를 이들과 함께 발간했다. 메르스와는 다른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이었지만 초기에 허둥대지 않고 대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신천지 집단감염 발생 후 대대적인 전수조사로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는 보도를 내놨다. 신천지 신도 1만여 명에 대한 대량 전수조사는 어떻게 가능했나.
“최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바로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고 신천지 신도 1만 명에 대한 전화조사를 통해 1243명의 유증상자를 3일 만에 가려냈다. 비상대응본부에서 확진자가 나온 첫날 밤 신천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신천지 교회시설을 즉각 폐쇄하고 집회도 중단시켰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면 대구와 전국 확산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 우리와 세계 언론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이 같은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신천지 신도다’, ‘신천지에 대한 대응이 약했다’는 억측이 끊이지 않았다.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적을 먼저 알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당시 정체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또 하나는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신천지 신도들이다. 그들도 정확히 알아야 했다. 신분을 드러내길 꺼리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초기 강경정책을 쓴다면 이들이 다 숨어버릴 것이라는 수사기관과 의료계의 건의를 100% 존중했다. 압수수색이나 행정조사가 겉으로 보기에 속 시원할지 모르지만 방역적 관점에선 도움이 안 된다. 가장 강력한 대응은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내 격리 치료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방역과 시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결국 대구의 판단이 옳았고 세계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대구의 성숙한 시민정신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된 세계에 대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는 대구시민의 날(2월 21일)을 사흘 앞두고 발생했다. 38년 만에 바꾼 대구시민의 날이다. 대구시는 국채보상기념일인 2월 28일까지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하고 많은 행사를 계획했다. 모든 기념행사가 취소됐지만 대구시민들은 놀라운 시민정신을 발휘했다. 유럽 미국 등 세계 많은 국가가 통제조치를 했지만 우리는 ‘자발적 봉쇄’를 선택함으로써 도시를 통제하지 않았다. 결국 대구시민이 코로나19를 대구에서 막아 대한민국을 지켰다. 이제는 장기전에 접어든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위해 시민이 주체가 된 생활방역을 준비하고 있다. 범시민대책본부도 구성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 어려운 이웃을 배려한 대구 시민정신이 자랑스럽다.”
▷대구시민들의 자발적 봉쇄에 많은 국민이 공동체적 연대를 보여줬다. 대구시의사회장의 호소에 전국의 의료진이 생업을 접고 달려왔다. 환자들의 이송을 책임져준 구급대원들에게는 큰절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직업 계층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대구의 고통을 국민의 고통으로 함께 느끼고 공동체적 연대를 보여준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큰 재난 상황에 대처하느라 여념이 없는데도 책임 공방과 함께 비난도 많았다.
“큰 재난 시에 원인 규명은 필요하지만 책임 공방은 바보 짓이다. ‘중국을 못 막았다’ ‘신천지 대응이 잘못됐다’ 등등. 초기부터 책임 공방으로 가는 걸 보고 재난에 대비하는 자세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나쁜 정치다. 처음부터 정치적 생각을 일절 안 했다. 끝까지 방역적 관점에서만 사태를 다뤘다. 적극 행정을 펼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대구에 전국 환자 70%가 집중돼 공무원들의 고생도 많았다. 정부가 적극 행정에 대해 면책을 이야기했지만 안 믿는 공무원이 많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문화를 바꾸려면 코로나19 이후의 감사가 달라져야 한다.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악습은 되풀이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