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구조하다가 화상을 입은 불법체류 외국인이 출국을 앞두고 있다는 사연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마 속 10여명 구한 불법체류자…출국 앞둔 딱한 사연
주인공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알리(28)씨.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1시 22분께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자신이 거주하던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2층에 있던 한 여성이 대피하지 못한 것을 발견한 알리씨는 옥상에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가 구조를 시도하다가 목과 손에 2∼3도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알리씨는 화재 현장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방차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알리씨는 현장을 떠나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화재 현장에서 알리의 선행을 지켜본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을 비롯한 주민들은 수소문 끝에 알리씨를 찾아내 속초의 한 병원을 거쳐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

주민들은 그때서야 알리씨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7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이후 월세방을 전전하며 공사장 등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고 있다는 사연을 털어놨던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십시일반 700여만원을 모아 알리씨 치료를 도왔다.

이 과정에서 알리씨도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 신고했다.

알리씨는 현재 퇴원해 통원 치료 중이며 다음 달 1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출국을 전제로 한 자진 신고였기 때문이다.

한편 알리씨의 이러한 딱한 처지를 알게 된 주민들은 양양군에 의사상자 지정 등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나섰다.

의사상자로 인정되면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보상금과 의료급여 등의 최소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양군에 도움을 요청한 장선옥 교감은 "불이 났던 원룸이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집이다 보니 당시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딱한 처지에 놓인 알리씨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에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양양군에도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