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쇼크, 美도 심상치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7일 발표한 올 1분기(1~3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우려되는 건 대량 실업과 2차 바이러스 감염 유행을 둘러싼 지속적인 불안으로 소비와 서비스 부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이상으로 개인 소비와 서비스 산업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에도 이 소식은 결코 좋지 않다.

물론 중국에서 들리는 모든 소식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공식 지표에서 3월의 하락세가 1, 2월에 비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경제 변수인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뉴스가 특히 눈에 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2월 하락했던 주택 가격이 3월 들어선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 30개 중국 대도시의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다고 한다.

부동산 살아나지만 소비는 깜깜

때맞춰 중국 당국에서 시행하는 금융 완화책도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15일 중소기업 대출제도(MLF) 금리를 기존 연 3.15%에서 2.95%로 0.2%포인트 인하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금융회사들의 지난달 대출 거래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 가치 하락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중국의 불안정한 은행 시스템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전반적인 소비는 신통치 않다. 1~2월에 전년 대비 13% 감소했던 중국 광공업 생산은 3월 들어 1% 감소로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개인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소매 매출은 전년 대비 16% 가까운 침체를 보여 1~2월의 20% 감소에서 조금 개선됐을 뿐이다. 최근 조사에서도 소비자가 신중한 자세를 바꾸지 않는 모습이 드러난다.

모건스탠리가 4월 초 중국 19개 성의 소비자 20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락 등 기초생활비 이외 지출을 위해 외출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생필품 쇼핑을 계획하고 있다는 대답은 3월 초보다 두 배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지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美 경기회복도 오래 걸릴 것

코로나19 사태를 겪지 않았다면 당연히 벌어들였어야 할 소득이 사라지고 감염의 2차 대유행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만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난 1분기 50만 개의 비즈니스가 중단됐다고 한다. 컨설팅 및 조사회사 게이브컬 드래고노믹스는 이미 수백만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으며, 미국과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돼 400만~ 600만 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넘겼지만 경제는 고통스러운 회복의 길을 걷고 있다. 머지않아 미국도 그런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경로는 많은 투자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고, 시간이 걸리는 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리 =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너새니얼 태플린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China’s GDP Warning to the West’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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