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업들의 기업어음(CP) 발행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단기 차입이 유리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회사채 흥행 불확실"…CP로 자금 조달하는 기업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최상위 신용등급(A1) 일반 CP 발행잔액은 이날 약 53조4700억원에 달했다. 3개월 전인 1월 20일 44조9700억원 대비 18.9% 늘었다. 이보다 낮은 등급(A2~A3) CP 발행잔액은 11조6400억원으로 같은 기간 6.6% 증가했다.

이달 들어 SK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 GS리테일, KCC 등이 회사채의 대체 자금조달 성격인 만기 6개월 이상 CP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기업어음 담당자는 “우량 제조업체 CP의 경우 최근 91일물 기준 발행금리가 연 1.7% 안팎”이라며 “연 2.0% 안팎인 3년 만기 회사채와 비교해 다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최근 장기 회사채 발행 추진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투자수요 위축으로 채권평가사가 제시하는 적정 금리(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얹어주지 않으면 모집금액을 채우기 어려워서다. ‘AA급’ 우량 신용등급을 갖춘 롯데쇼핑호텔신라, SK에너지는 이달 3년 만기 회사채 희망공모금리로 민평금리 대비 최고 0.6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각각 제시했다. 모두 2012년 수요예측(사전 청약) 제도 시행 이후 최고 가산금리다. 세 기업의 회사채 민평금리는 연 1.7% 수준이다.

아예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 석유화학업체인 한화솔루션(AA-)은 지난 13일 21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6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CP는 회사채와 달리 별도로 200쪽 안팎 분량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수요예측 결과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한동안 부족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CP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들어 1400억원의 CP를 발행한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산금리가 다시 줄어 지금보다 유리한 비용으로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김진성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