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표적 피해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 피해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긴 힘들었다. 호텔들이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실적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텔의 잇따른 휴업과 직원들의 대규모 휴직 사례 등을 통해 어렵다는 상황을 간접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상장 기업 중 호텔을 계열사, 혹은 한 사업부로 보유한 6개 기업의 1분기 실적을 취합했다. 신라호텔 운영사인 호텔신라, 파라다이스호텔의 파라다이스, 신세계조선호텔을 거느린 이마트, 드래곤시티서울 운영사 서부T&D, 워커힐호텔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 파르나스호텔을 자회사로 둔 GS리테일 등이다. 증권사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를 근거로 했다. 조사 대상인 모든 호텔이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은 지난 13일자 호텔신라 보고서에서 호텔 사업의 1분기 영업손실을 11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이 회사 호텔사업부는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 절반을 올 1분기에 손실로 다 까먹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조선호텔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신세계조선호텔의 1분기 손실액을 91억원으로 추산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기존에도 적자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적자 규모는 훨씬 커졌다. 작년 연간 적자액(125억원)에 버금가는 손실을 석 달 만에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초 삼성증권이 내놓은 SK네트웍스 보고서에는 호텔 사업부의 1분기 실적이 담겼다. 워커힐호텔 실적이다. 이 증권사가 추정한 호텔 영업이익은 -59억원. 작년 연간 영업이익(31억원)을 단숨에 다 까먹는 규모다. 이 밖에 파라다이스는 100억원대 손실을, 파르나스는 20억원대, 드래곤시티호텔은 60억원 수준의 손실이 최근 추산됐다.

상장된 기업의 호텔 사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실적 추정조차 되지 않는 영세 호텔들은 손실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사업으로 돈 번 국내 기업이 올 들어 전무하다는 의미다.

호텔들의 걱정은 올여름 성수기다. 예약을 받아야 하는데 호텔들은 휴업과 직원 휴직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 외국인의 한국 방문도 예년에 비해 매우 적을 전망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이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데 이들의 수요가 거의 없어 올해 내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