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다중이용시설 감염병 취약…환기설비 유지관리 의무화해야"
“소규모 종교 시설, 장례식장 등은 공기정화 장치에 대한 관리 기준이 미비해 감염병 예방에도 취약한 실정입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작은 규모의 다중 이용 시설에도 환기설비 유지·관리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달홍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환기시스템 등 기계설비의 유지·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계설비는 건물을 구성하는 골조와 외벽을 제외한 위생, 환기, 냉난방, 급수·급탕, 오·배수 장치 등을 말한다. 건물이 실제 작동하는 핵심 기능은 모두 기계설비 장치들이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나 미세먼지 사태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공기조화설비나 음압격리병실 등도 기계설비업체들이 설치와 유지·관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기계설비 장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기계설비법’이다.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기계설비법에 따르면 1만㎡ 이상 건축물과 공동주택 등에는 기계설비 장치에 대한 사용 전 검사 등을 해야 한다. 또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의 기계설비를 관리하는 유지관리자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정 회장은 “기계설비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건물에도 이 같은 기준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규모 다중 이용 시설의 환기 기준이 미흡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 많은 데다, 에너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가동하지 않는 건축물도 많아 감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기계설비법 시행이 중장기적으로는 기계설비업계의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가에서 정한 기술 기준과 유지·관리 기준에 따라 체계적인 설계, 시공, 관리가 이뤄지는 만큼 기계설비 시장 수준도 한층 개선될 수 있어서다.

기계설비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상당한 에너지 절감도 가능하다는 게 기계설비업계 예상이다. 기계설비협회에 따르면 건축물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71%가 기계설비의 냉난방과 급탕에서 소비되는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5조원에 이른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31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1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기계설비산업에는 1만여 개 업체에 49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연간 매출을 합치면 약 36조원 규모다. 정 회장은 “기계설비 대부분이 건축물과 시설물 속에 설치돼 일반인은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건물 기능에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새 법이 시행된 만큼 국민에게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폭넓게 알리겠다”고 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