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등학생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고등학생이 자택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가까이 늦춰졌던 전국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0일 온라인으로 이뤄진 가운데, 개학 연기 기간이 사실상 추가 방학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21일 공개한 '초·중·고 원격 학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학 연기 기간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절반으로 줄고 수면과 휴식 시간이 늘어 방학 기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3월 27일부터 4월 3일까지 학부모 5만5380명, 학생 3만9244명 등 총 9만4624명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조사에서는 학생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배분해서 쓰는지를 '일반 학기 중'과 '방학 기간 중',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기간 중'으로 나눠 비교 분석했다.

조사팀은 학생 일과를 '학습, 수면, 휴식, 계발' 네 가지로 크게 나눴다. 학생들은 일반 학기 중에 평균적으로 학습 9.0시간, 수면 8.1시간, 휴식 3.2시간, 계발 1.9시간으로 배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학 때는 학습 4.5시간, 수면 9.0시간, 휴식 4.6시간, 계발 2.5시간 등으로 시간을 나눴다. 코로나19 개학 연기 기간에는 학습 4.4시간, 수면 9.1시간, 휴식 4.9시간, 계발 2.4시간으로 방학 기간과 유사한 시간 배분 양상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에서 한 강사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도곡로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국에서 한 강사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상 개학했다면 일반 학기와 같은 시간 배분을 했겠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미뤄지며 학습 시간은 절반 이하로 줄고 수면과 휴식, 계발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원들이 단체로 휴원하면서 학생들이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시간도 평소보다 줄었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이 학기 중에는 1.6시간, 방학 중에는 1.8시간이라고 답했는데, 개학 연기 기간은 1.1시간이었다고 응답했다.

대신 가정에서 인터넷 강의 등을 디지털기기로 공부한 시간은 소폭 늘어났다. 일반 학기 중에는 0.8시간, 방학 중에는 1.2시간이던 디지털기기 학습 평균 시간은 개학 연기 기간 1.7시간으로 나타났다. 학습 자료로는 'e학습터'나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 당국에서 제공하는 학습 자료(26.2%), EBS(24.9%), 민간 사교육 업체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나 유튜브·학습지(22.6%) 등이 응답됐다.

디지털기기 없는 가정의 학습 시간은 개학 연기 기간에 평균 1.6시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학기중의 1.0시간이나 방학 중의 1.5시간보다 많았다.

학생·학부모들은 개학 연기 기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에 "학습 자료는 많은데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양질의 강의를 제공해 같은 학년인 전국의 학생이 같은 시간표로 공부하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